男 쇼트트랙 대표팀 맏형, 밴쿠버 2관왕 이후 8년 만에 올림픽 노크
"아시안게임·세계선수권 金따고 평창 가겠다"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이정수(28·고양시청)는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맏형이다. 앳된 얼굴에 체격(173㎝·60㎏)도 크지 않아 동료들과 섞이면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도 얼음 위를 빠르게 달리고 나면 체력 문제를 실감한다. 길게 호흡을 가다듬고 한동안 숨을 고른다. 그는 "예전에는 힘만으로도 이길 수 있었다. 지금은 경쟁자들과 실력이 비슷하다. 기술을 접목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코너를 돌면서 왼발을 빨리 움직여 속도를 죽이지 않는 방법이 그 중 하나다. 이 전략으로 주 종목인 1500m에서 조금씩 예전 실력을 회복하고 있다.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3~4차 대회에서 연달아 이 종목 금메달을 땄다.
이정수는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바라본다. 명예를 회복할 기회다. 2010년 밴쿠버 대회 2관왕(1000m·1500m 금메달) 이후 8년 만에 도전하는 올림픽이다. 부상과 부진이 겹쳐 2014년 소치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는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었다. 남은 기간 동안 잘 준비해서 꼭 꿈의 무대에 서겠다"고 했다.
그는 오는 19~26일 일본 삿포로에서 하는 동계아시안게임에 나간다. 우리 선수단은 금메달 열다섯 개 이상과 종합순위 2위를 목표로 세웠다. 남녀 합쳐 금메달 여덟 개가 걸린 쇼트트랙의 성적이 중요하다. 심석희(20·한국체대)와 최민정(19·성남시청)이 버틴 여자부는 500m, 1000m, 1500m, 계주까지 전 종목 석권을 기대한다.
남자부가 변수다. 1000m와 1500m, 계주 등 금메달까지 최대 세 개를 목표로 잡았다. 국제대회에서 기복이 제일 적은 이정수가 구심점이다. 김선태 대표팀 감독(41)은 "1500m와 계주를 집중해서 훈련한다. 1000m는 각축을 예상해 전략적인 승부가 필요하다"고 했다. 중국과의 우승 다툼이 치열할 것이다. 특히 소치올림픽 1500m에서 은메달을 딴 한 티안위(21)가 껄끄러운 상대다.
이정수는 동계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평창까지 가는 3단계 계획을 세웠다.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 자신감을 얻고, 다음달 10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 종합우승을 기대한다. 세계선수권 종합우승자는 다음 시즌 국가대표로 자동 선발돼 평창올림픽에 나갈 가능성이 크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하는 첫 동계올림픽이다. 철저하게 준비해서 꼭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