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해방구' 피닉스오픈 첫 출격, 토머스와 마쓰야마, 스피스 "상금랭킹 1위 경쟁"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골프장이야, 야구장이야?"
안병훈(26ㆍCJ대한통운)에게는 낯선 무대다. 2일 밤(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골프장(파71ㆍ7266야드)에서 개막하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웨이스트매니지먼트피닉스오픈(총상금 650만 달러)이 바로 지구촌 골프계의 유일한 '해방구'다. 수십만명의 갤러리가 운집해 맥주를 마시면서 떠들다가 샷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야유까지 퍼붓는 곳이다.
안병훈은 지난해 세계랭킹 상위랭커 자격으로 PGA투어 14개 대회에 나서 상금랭킹 111위에 올라 2016/2017시즌 시드를 확보했다. 지금까지 이 대회에 출전한 경험이 없다는 이야기다. 일단 어수선한 분위기부터 극복해야 한다. 주최 측은 음주와 고성을 허용하는 차별화 마케팅을 앞세워 오히려 매년 60만명이상을 끌어 모으는 흥행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파3의 16번홀이 압권이다. 아예 홀 전체를 둘러싸고 최대 3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스탠드를 조성해 마치 야구장 같은 분위기다. 로마시대 검투장을 연상시켜 '콜로세움'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전장은 162야드에 불과해 8, 9번 아이언으로 가볍게 '온 그린'이 가능하지만 선수들은 일거수일투족이 대형 화면에 클로즈업되는 분위기에 압도당한다. '검투사 정신'이 필요한 이유다.
2015년 우승자 브룩스 켑카(미국)는 "실제로 겪어보니 상상 이상의 압박을 받았다"고 했고, 배짱 좋기로 유명한 이안 폴터(잉글랜드) 역시 "16번홀에서는 귀를 막고 티 샷을 해야 한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일부 선수들은 그래서 선글라스와 스케이드보드 등 선물을 준비해 갤러리에게 나눠준다. 잘 봐달라는 일종의 '통과세'다. 마이클 톰슨(미국)은 예전에 돈까지 뿌린 적이 있다.
올해부터 PGA투어에 전념하는 안병훈에게는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다. 앞선 3개 대회 모두 본선에 진출한 일관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1일 현재 세계랭킹 47위, 왕정훈(22)이 최근 유러피언(EPGA)투어 카타르마스터스 우승을 앞세워 39위로 도약하면서 '한국의 에이스' 자리를 내줬다는 게 동기 부여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 최경주(47ㆍSK텔레콤)와 김시우(22ㆍCJ대한통운), 강성훈(30), 노승열(26ㆍ나이키) 등이 동반 출전한다.
현지에서는 '미스터 59' 저스틴 토머스(미국)의 귀환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SBS토너먼트와 소니오픈에서 2연승을 쓸어 담아 '태풍의 눈'으로 등장한 선수다. 소니오픈에서는 특히 첫날 59타를 작성한데 이어 최종일 PGA투어 72홀 최소타(27언더파 253타)라는 대기록을 완성했다. 달콤한 휴식을 통해 에너지를 비축한 뒤 벌써 시즌 4승을 서두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펜딩챔프 마쓰야마 히데키(일본)를 가장 강력한 우승 경쟁 상대로 꼽았다. 마쓰야마에게는 더욱이 토머스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천적'이다. 지난해 10월 CIMB클래식에 이어 지난달 소니오픈에서 토머스에게 밀려 연거푸 준우승에 그친 아픔이 있다. 조던 스피스와 리키 파울러(미상 미국)가 가세했다. 애리조나주립대를 나온 '프랜차이즈 스타' 필 미켈슨(미국)이 복병이다. 1996년과 2005년, 2013년 등 세 차례 우승 경험이 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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