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현장감 설 상여금, 세뱃돈으로 VR 입문 어떨까
[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70~80년대 명절. 오랜만에 모인 가족 친지들이 큰방('거실'보단 이 표현이 더 정감 있다)에 모여 TV를 봤다. 손에는 사과, 배를 찍은 포크 하나씩 들고서. 명절 오후에는 으레 씨름, 프로레슬링, 복싱 등의 스포츠 경기가 방송됐다. 침을 튀기며 경기를 시청하는 어른들 틈에서 손을 꼭 쥐고 누군가를 응원하던 기억이 난다면 당신은 아재.
수십년이 흐른 지금 그시절 추억의 TV 스포츠가 VR 콘텐츠로 재탄생하고 있다. 세뱃돈이나 상여금으로 주머니가 두둑하다면 이번 참에 VR의 세계로 입문해 보는게 어떨까. 명절 기분도 살리면서 VR도 즐길 수 있는 몇가지 콘텐츠를 소개한다.
복싱경기를 보는 것도 좋지만 자신이 직접 선수가 되어 보는 것도 괜찮다. 세뱃돈으로 100만원 넘는 VR기기 'HTC 바이브', '오큘러스 리프트'를 살 수 있는 금수저 자제분에게 허락된 특권이다. '더 스릴 오브 파이트'라는 이름의 VR복싱게임은 헤드셋을 쓰는 순간 링 위의 파이터로 변신 할 수 있다. 상대편 선수에게 잽을 날리려면 전용 콘트롤러를 든 손을 쭉 뻗으면 된다. 헤드셋에 든 위치 센서가 더킹(숙여서 피하기) 같은 디테일한 동작도 제대로 구현해준다. 셰도우 복싱을 하는 기분으로 주먹을 날리다 보면 상대방이 픽 쓰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영상을 보면 상대편 선수는 험악한 인상과 달리 '유리턱'이다. 레벨이 너무나도 낮다는 리뷰가 대부분이다. 이 게임을 하다가 자신감과 용기를 얻은 나머지 실제 동네 건달에게 시비를 걸면 안되겠다. 종합게임포털 스팀에서 다운 받을 수 있다. 가격은 한국돈으로 1만500원.
프로레슬링의 VR 콘텐츠도 본격적으로 선보이게 될 전망이다. 이달 중순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쇼(CES)에서 세계 최대의 프로레슬링 단체 WWE의 수석 마케팅 책임자 미셀 윌슨이 콘텐츠의 VR화가 차기 목표라고 밝혔다. 이미 WWE에는 120명의 디지털콘텐츠 팀이 있다. TV쪽을 담당하는 직원수보다 많다. 협회의 기술파트 직원들은 VR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으며 시범제작도 하고 있다. 왜 레슬링 업계가 VR에 공을 들일까. 삼성전자가 지난해 기어VR용으로 WWE의 하이라이트 편집 영상을 2개 만들었다. 이 영상을 보면 프로레슬링이 왜 VR 콘텐츠로 적합한지 알 수 있다. 팬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관중석이나 선수들이 으르렁 대며 등장하는 모습이 놀라울 만큼 생생한 현장감을 안겨준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도 VR 전용 설 콘텐츠를 만들었다. KT에서 올레 TV 모바일을 통해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설특집 2017 아이돌 스타 선수권 대회'를 VR 영상으로 제공한다는 소식이다. 몇해전부터인가 명절 단골 프로그램이 된 아이돌 선수권 대회를 VR 콘텐츠로 만든 것이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경기 전체 내용 뿐 아니라 아이돌 시점에서 현장을 촬영한 영상을 볼 수도 있다. 아름다운 걸그룹 멤버가 바로 옆에서 가쁜 숨을 쉬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니 좋은 세상이다.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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