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을 가다④] CJ대한통운 중구지점(종로 B터미널)
[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작년까지는 황금색 보자기가 많았는데 올해는 거의 안보이네요. 죄다 햄이나 참기름, 치약 선물세트에요. 대신 물량은 15% 정도 늘었어요."
설 연휴를 앞둔 24일 오전, 서울 마포에 위치한 CJ대한통운 중구지점 종로 B터미널은 '택배 전쟁'을 치르느라 숨 돌릴 틈이 없었다. 영하 10도의 강추위에 택배기사들은 하얀 입김을 쏟아내며 컨베이어벨트에 실려 오는 택배상자들을 쉼 없이 차량에 싣고 있었다.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청탁금지법)이 시행된 후 처음 맞는 명절. 택배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박수길 중구지점장은 "2002년부터 택배 일을 해왔는데 '황금보자기'가 이렇게 갑자기 줄어든 것은 처음"이라며 "택배 물건들이 예전보다 저렴해진 반면 물량은 15%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황금보자기는 소고기나 굴비 등 비교적 값이 비싼 택배를 뜻한다. 3만원(식사)ㆍ5만원(선물)ㆍ10만원(축의금)으로 대변되는 청탁금지법 영향으로 황금보자기는 사라지고 종이상자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박 지점장은 "종이상자에는 햄이나 참기름, 치약선물세트 등이 들어 있다"면서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가격이 저렴한 생활밀착형 선물이 늘어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택배물량이 당초 예상보다 늘어난 데는 짧은 연휴 탓도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바빠서 고향을 찾기 어려운 이들이 아쉬운 마음을 택배선물로 대신하면서 올해 설 물량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택배회사들은 이 무렵이면 특별수송기간(특수기)에 돌입한다. CJ대한통운은 1월16일부터 2월3일까지 3주간을 특수기로 정했다. 중구지점도 아침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비상 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부족한 일손을 채우기 위해 아르바이트생들도 고용했다.
중구지점은 서울 중구와 종로구 지역 주민들에게 보내지는 택배를 분류하는 곳이다. 중구와 종로구는 길이 좁고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택배업계에서는 '난코스'로 통한다. 그래서 동네 길을 속속들이 아는 베테랑 기사들이 이곳에는 유난히 많다.
이날은 오전 7시30분부터 4시간 가량 11t 트럭 10대가 도착해서 물건을 쏟아냈다. 한 차당 2000~3000개의 택배가 실렸다. 이날 하루 고객들의 손에 도착해야 할 택배들이다.
중구지점에서 운행하는 차량은 80대 가량. '동' 단위로 분류가 끝난 택배는 이들 차량에 나눠 배달된다. 평상 시에는 하루 200여건을 소화하지만 요즘에는 300건이 넘는다. 김성균 중구지점 과장은 "평소에는 택배 기사들이 오후 7시쯤 일을 마무리하는데 요즘은 밤 10시를 넘기는 경우가 많다. 몸은 힘들지만 '고생하신다'는 고객들의 인사를 들으면서 보람을 느낀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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