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오랜만에 보는 보수정당 축제…"새누리당, 잘 나왔다"

바른정당 24일 공식 창당…창당대회 이모저모

24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바른정당 중앙당 창당대회.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 바른정당"

24일 바른정당 중앙당 창당대회가 열린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은 3000여석 규모의 좌석 뿐 아니라 계단까지 당원들로 빼곡했다. 아직 눈이 녹지 않은 올림픽홀 앞 주차장은 전국에서 올라 온 버스 수십대로 가득 찼다. 한 관계자는 "당 내부에서조차 예상하지 못한 많은 수"라고 말했다.

창당 과정에서 당무구성팀장을 맡아 실무를 총괄한 홍문표 의원은 "날도 추운데 제주부터 강원도까지 전국에서 이렇게 많은 당원 동지들이 오실지 몰랐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자리가 부족해 외부에서 영상으로 창당대회를 지켜보던 한 당원은 "좀 춥긴 하지만 새로운 보수 정당이 등장하는걸 보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날 바른정당의 창당대회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숨죽였던 보수층의 축제 같았다. 과거 새누리당의 전당대회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곳곳에 붙은 현수막과 피켓, 자신의 지역구 의원이 소개될 때 터져나오는 환호성, 열기는 그대로였다.

경상도에서 왔다는 한 당원은 "처음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을 땐 믿지 않았는데, 사실이 전부 드러나니 너무 실망스러웠고 새누리당 당원이라고 말하기 창피했다"며 "대선 후보들이 자신의 정책을 발표하는 방식이나 행사 진행 등을 보니 전보다 세련됐다. 이제 보수정당 당원이라고 말하는 게 부끄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잠시 소란도 있었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인사말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는 순간 한 참석자가 바른정당을 큰 소리로 질타했다. 진행요원들의 무마로 행사장은 금세 조용해졌다. 연단에 오른 한 의원은 바른정당을 말하려다 '새누리당'으로 잘못 부리는 경우도 있었다. 연단에서 새누리당 탈당 관련 발언이 나올 땐 "잘 나왔어"라는 목소리도 들렸다.

최고위원 구성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당원도 있었다. 이학재 바른정당 의원이 전날 합의·추대된 김재경·홍문표·이혜훈·오세훈 최고위원을 호명하자, 객석에 있던 한 당원은 "정운천 의원을 최고위원에 임명해야 한다"고 소리질렀다. 호남에서 32년 만에 보수정당 소속으로 당선된 정 의원이 빠진데 대한 항의였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