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여야 정치권은 21일 미국 정부가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의 동생인 기상 씨를 체포해 달라고 우리 정부에 요청한 것과 관련, 반 전 총장이 직접 의혹을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파 간 이해관계에 따라 공세의 수위는 달랐지만,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였다.
정용기 새누리당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반 전 총장 동생에 대한 체포요청이 이뤄졌다는 사실만으로도 국가적으로 너무나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 원내수석대변인은 "반 전 총장으로선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도 "'모른다'고 하기보다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이달 중순 반 전 총장 귀국과 함께 적극적으로 영입 경쟁에 뛰어들 예정이었으나, 반 전 총장 측이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친박근혜)계와 거리를 두면서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반 전 총장 측과 ‘조건부 입당설’ 등이 오갔던 바른정당도 친인척 비리에 대해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장제원 바른정당 대변인은 "우리 정서상 친인척 문제는 대통령으로서의 자질 중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이 문제만큼은 '내 일이 아니다'는 선 긋기로 일관할 게 아니라 명명백백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 대변인은 “반 전 총장은 반드시 진상을 밝혀낼 책임이 있고, 그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과 대척점에 서있는 더불어민주당은 가장 날선 공세에 나섰다. 김효은 민주당 부대변인은 "반 전 총장이 몰라도 문제이고 알고도 방치했다면 대선후보는 어림없다"고 공격했다.
그는 “한 나라를 이끌어가겠다는 사람이 비전을 제시하기도 전에 의혹부터 잔뜩 풀어놨다"면서 "'반기문 가족리스트'를 조심해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강연재 국민의당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는 와중에 반 전 총장 가족의 비리의혹이 의혹의 단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강 부대변인은 "(이번 사건이) 국격에 또 한 번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대선주자로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는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의 동생인 기상 씨와 조카인 주현 씨 부자는 앞서 뇌물 공여와 돈세탁, 사기 등의 혐의로 미국에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기상 씨는 반 전 총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고(故) 성완종 회장이 경영한 경남기업에서 고문으로 일했다.
그는 2014년 경남기업이 베트남 하노이에 지은 '랜드마크72' 빌딩을 매각하기 위해 중동 관료에게 250만 달러 상당의 뇌물을 건네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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