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는 신기술로 신무기 개발 VS 러, 구식무기에 새 기술 적용
[아시아경제 박희준 편집위원]해가 바뀌었지만 패권을 유지하거나 쟁취하려는 세계 열강들의 각축전은 치열하다.가장 앞선 나라는 세계 최강의 군사강국 미국이다. 미국은 엄청난 연구개발(R&D)비를 들여 F-35 스텔스전투기와 같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무기를 개발해 배치하고 있다. 혁신에 혁신을 거듭한다. 국가 차원이든 방산 기업 차원이든 마찬가지다. 놀라울 정도다.
세계 2위의 강대국 반열에 오른 중국은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서 자체 기술과 해킹 등으로 확보한 기술로 무인공격기(드론), 초음속 미사일, 핵잠수함 개발을 가속하고 있다. 미국의 숙적이었으다가 몰락한 북극곰 러시아는 군사력 회복을 선언했지만 유럽과 미국의 경제제재 등에 따른 경제난으로 5세대 스텔스 전투기, 강력한 함정, 핵잠수함 등의 개발배치가 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은 미국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반면, 러시아는 한물 간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그렇다고 러시아를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비록 시기가 지연되고 있기는 하지만 5세대 스텔스 전투기 PAK-FA, 세계 최강의 아르마타 전차를 개발하는 한편, 기존 전투기에 최첨단 항공전자장비 등을 추가해 4.5세대 전투기로 개량하는 등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군사강국 간 경쟁은 혁신과 온고지신의 대결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속도에서는 토끼와 거북이의 싸움에 비견할 만하다. 파괴력 관점에서는 거북이 또한 만만치 않다. 그래서 미국은 대단히 신중이다. 마치 사자가 영양을 사냥할 때처럼 대단히 신중하다. 이것이 미국이 무서운 이유다.
◆'이중 임무' 토마호크 올해 미 해군 배치=미군의 각 군이 개발하고 있는 신무기는 한둘이 아니다. 그중 주목할 만한 것은 미 해군이 실전배치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의 변신이다. 지상공격순항미사일 즉 TLAM 블록4다. 블복4 토마호크는 비행 중 비행경로를 수정하고 표적을 재성할 수 있으며, 표적 타격 전 영상을 통제센터로 송신할 수 있으며, 육상 고정 표적 뿐 아니라 해상의 이동 표적도 타격할 수 있도록 개량된 것이다.
미 해군은 이 미사일을 이중임무 해상타격토마호크(MST)라는 이름으로 올해부터 함정에 배치할 계획이다. MST도 엄밀한 의미에서 완전한 '혁신'은 아니지만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
기존 토마호크에 추가된 새로운 능력은 이동표적을 추적하기 위한 수동무선추적장치나 연료잔량을 기화폭탄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살상력을 증가시킨 것,데이터링크로 실시간으로 미사일의 임무를 바꿀 수 있는 것 등이 꼽힌다.사이버 공격에 대한 방어력을 높인 것이다.
함정이나 잠수함에서 발사할 수 있는 토마호크의 사거리는 1000마일(1700km)이 넘는다. 3000발 이상이 납품됐고 각종 전투에서도 그 정확성을 검증받았다. 미해군이 보유한 최장거리 대함미사일이 될 수 있다. 미 해군은 최대 250km인 하푼 미사일을 대함미사일로 쓰고 있지만 중국이나 러시아의 대함 미사일에 비해 리치가 짧다.이런 정도 사거리를 가진 미사일을 탑재한 함정과 잠수함은 전 세계의 90%를 커버할 수 있다고 생산업체인 레이시언 측은 주장한다.
◆러, 기존 플랫폼 현대화 혹은 업그레이드=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러시아는 PAK-FA나 아르마타 탱크와 같은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의 무기가 출고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기존 플랫폼의 개량에 치중하고 있다. 즉 낡은 무기에 현대식 장치나 장비를 추가해 현대화 혹은 성능을 높이는 것이다.
호주정책연구소(Australian Strategic Policy Institute) 산하 분석사이트인 '더스트래티지스트'가 "러시아의 최우선 관심사는 혁신적인 새로운 능력의 도입보다는 현대적인 현역장비의 양의 증가에 있는 듯하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을 봐도 그렇다.
러시아의 2011~20 국가군비계획(State Armaments Program)은 현대적 장비 비율을 2015년에 전체의 30%, 2020년 70%로 잡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적 장비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확한 수치는 알려져 있다.
러시아 국방차관의 말만 봐도 양의 증가는 분명하다. 러시아군은 2013년 이후 약 1200대의 새롭고, 현대화된 항공기를 인수했다. 새 전투기가 250대, 헬기가 300대, 현대화한 항공기가 700대다.
그런데 새로 인수한 고정익 전투기는 전부 1980년대 옛 소련시대 만들어진 항공기를 기반으로 한 파생형이다. 수호이 27 플랭커(수호이 30,수호이 35, 수호 33), 수호이 25 폭스트롯, 미그 29 펄크럼, 미그 31 폭스하운드 등은 4세대 기체에 현대적인 디지털 항전장비와 센서를 장착하고 있다. 그래서 4.5세대로 부른다. 그런데 2% 이상 부족하다. 미국의 F-35 스텔스 전투기에 있는 고유의 설계 특성이 없다.
러시아라고 해서 왜 5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빨리 실전배치하고 싶지 않겠는가. 마음은 굴뚝같다. 그런데 PAK-FA 도입은 비용상승과 개발 파트너(인도) 지원 문제로 계속 지연되고 있다. 단 8대의 시제기만 존재할 뿐이다. 2020년까지 인수하겠다는 기체도 고작 12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수호이 35나 미그 35 생산라인만 덕을 보게 생겼다. 게다가 이들 전투기에 대한 해외수요도 있다.
러시아 해군 사정도 다르지 않다. 아니 현대화 계획은 훨씬 더 더디다. 취역한 수상함정 108척 중 약 4분의 3의 선령이 무려 25년 이상이다. 신규 함정 건조는 소형 함정에 집중돼 있다. 2010년 이후 초계함 11척, 호위함 2척이 취역했고 2019년까지 초계함 12척이 추가로 취역할 예정으로 있다. 문제는 내전 개입에 반발한 우크라이나가 함정용 가스 터빈 엔진 수출을 거부하면서 최신 함정 취역이 연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건조 중인 호위함 6척 중 엔진을 탑재한 것은 3척에 불과해 러시아 해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구축함과 순양함 등 대형 수항함정 20척도 노후화가 급속하다. 단 두 척만이 1990년대 후반에 건조한 것일 뿐이다. 그 이후 신규 대형 함정 취역은 없었다.
잠수함도 사정은 비슷하다. 현역 함정 대부분은 1990년대에 건조된 것이다.러시아가 건조 중인 신규함정은 1980년대 킬로급 잠수함의 개량형에 불과하다. 킬로급 개량형은 러시아의 명품 수출품으로 22척 중 16척이 외국 해군에서 맹활약 중이다.
뭐 구식 전투기,함정,잠수함의 개량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돈에 쪼들린 러시아 입장에서는 아주 현실적이고 비용대 효과가 높은 방안이다.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의 추구는 아니지만 끊임없이 개량, 현대화 과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긍정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개량은 혁신의 벽을 뛰어넘을 수 없다. F-35의 레이더와 센서는 360도 감시가 가능하고 탄도미사일의 추적도 할 수 있으며 획득한 정보를 후방의 항공기와 이지스함 등에도 고속으로 전달할 수도 있다. 미국의 과학자들은 F-35와 F-22, 다른 전투기 인공지능을 탑재해 드론떼를 지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군이 기술 혁신을 통해 육해공군이 정보를 공유하고 입체적인 네트워크전을 할 수 있도록 한 것과 크게 대조된다.
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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