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망으로 흥한 중국 대만 등 미 동맹국의 미사일로 막아야
[아시아경제 박희준 편집위원]중국 첫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함이 이끄는 항모전단(CSG)이 지난해 12월23일 서해에서 함대공미사일을 쏘고 함재기 이착륙 훈련을 하는 등 대규모 실전 훈련을 벌였다. 부하이(발해)만을 출발한 이 항모전단은 서해에서 훈련한 다음 날인 24일 동중국해에서 한 차례 훈련을 한 뒤 서태평양에 진출했다고 신화통신과 CCTV 등 중국 매체들이 25일 보도했다. 중국의 이번 작전은 랴오닝함의 전투 운용 능력을 과시하는 한 편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로 갈등을 빚는 한국,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 중인 일본,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도전하는 미국·대만을 향해 동시에 무력시위를 한 것이라고 풀이된다.
중국은 랴오닝함에 이어 제2, 제3의 항공모함을 건조하는 등 해군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목표는 미국의 중국 본토 접근 저지를 위한 반접근지역거부(A2AD)에 그치지 않고 서태평양으로 진출해 미국과 대등한 전력을 원거리에 투사할 수 있는 대양해군을 갖춘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원양 진출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한령을 내리고 각종 경제보복에 나서는 중국의 안하무인 격인 자세를 본다면 주변국에는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주변에 강대국을 둔 군사·경제 약소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과연 해법은 있을까. 답은 "있다"이다. 중국이 미국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써먹은 수법인 A2AD를 그대로 적용하면 된다. 백면서생인 필자의 주장이 아니다. 외교안보 매체 전문가의 견해이며 아시아 주변국들은 그만한 능력은 갖추고 있다. 대만을 비롯한 미국의 동맹국이 아시아 곳곳에 미사일 네트워크를 갖추고 중국이 자랑하는 항모와 항공기를 물샐틈없이 감시, 추적, 타격할 수 있다면 인민해방군 해군 나아가 중국이 동·남중국해는 물론 서태평양을 제집 안마당처럼 활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세상은 중국이 원하는 대로 전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중국이 깨닫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지 않을까.
◆"中 항모 있다고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라"=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랴오닝함 전단은 지난달 23일 서해의 한 해역에서 함재기 이착륙 훈련과 공중 급유, 공중 실탄 사격 훈련 등을 했다. 함재기인 젠(殲)-15(J-15) 전투기 13대와 Z-18F 대잠수함헬기를 비롯한 다수의 전투용 헬기가 참여했다. 랴오닝함은 24일에는 동중국해 해상에서 함재기 이착륙을 포함한 각종 훈련을 펼쳤다고 한다.
이날 오후 동중국해에서 랴오닝함을 목격한 일본 해상자위대에 따르면 중국 항모전단은 랴오닝함 외에 정저우(鄭州)함 등 미사일 구축함 3척, 옌타이(煙台)함 미사일 호위함 3척, 종합 보급함 가오요후(高郵湖)호 등 모두 8척으로 서태평양을 향하고 있었다고 한다.
중국은 앞서 지난 16일 랴오닝함 전단이 발해만 해역에서 대규모 실탄 훈련을 한 사실을 공개했다. 환구시보는 "중국의 항모전단이 처음으로 제1 도련선(島?線)을 돌파했다"고 말했다. 제1 도련선은 중국이 1982년에 설정한 해상 방어선으로 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잇는 선이다.
환구시보는 "랴오닝함이 원양 훈련에 나섰다는 것은 제공(制空)·제해(制海)·반잠(反潛) 능력 등 기본적인 전투 작전 능력을 갖췄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항모에서 함재기와 헬기가 이착륙하고 항모 주변에 이지스함 3척, 호위함 3척 등이 나란히 항행하니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시쳇말로 '폼'이 나는 모습이다. 중국은 국영방송 등을 통해 중국의 군사력을 대외에 과시했다.
그렇다면 이번 작전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외교안보매체 '더디플로맷'의 평가는 참고할 만하다. 카토연구소의 정책 분석가인 에릭 고메스는 지난 3일자 '중국 항모 바로 보기'라는 글에서 "중국의 급속한 항모 증강은 해군 조달 정책의 주요한 변화를 대변한다"면서 "지난 수십 년간 중국은 미군 전력구조와 맞추기보다는 비대칭 전력으로 대항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항모킬러'라는 DF-21D 초음속 대함 탄도탄을 만들고 사거리 540㎞의 YJ-18 초음속 대함 미사일을 탑재한 052형 구축함 등을 건조한 것은 미군에 견줘 중국이 보유한 비교우위를 가진 A2AD 무기일 뿐이다. 중국의 항모전단은 미군처럼 중국도 원거리 전력투사 능력을 갖춘다는 의미가 된다. 전력구조가 미국과 비슷해지는 셈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전력은 주변국들이 벌벌 떨 수준일까? 아직은 아니다. 랴오닝함은 중국군이 보유한 가장 큰 함정이지만 만재배수량이 10만t이 넘은 미군의 니미츠급 항모에 비하면 덩치가 작다. 덩치가 작으면 그만큼 무기와 연료 탑재량도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번 훈련에서 랴오닝함에 탑재된 J-15는 13대였다. 전투기를 단시간에 이륙시키는 장치인 캐터펄트가 없는 랴오닝함은 스키 점프형 경사갑판을 채택하고 있다. 이륙거리가 짧고 캐터펄트의 강력한 힘의 지원도 받지 못하는 만큼 함재기들은 적은 양의 무기와 연료를 적재할 수밖에 없다.
만약 미 해군 항모처럼 중국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가서 폭탄이나 미사일을 투하하려면 그동안 촘촘하게 구축한 A2AD 망의 우산을 벗어나야 함은 물론이다.
고메스는 "다른 함정과 함께 항모전단으로서 작전한다면 취약성은 상당히 증가하는 반면, 작전거리는 조금만 늘어날 것"이라면서 "당분간 랴오닝함과 후속함이 갖는 군사적 이점은 상대적으로 제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인민해방군은 해전에서 일부 작전의 유연성을 획득하겠지만 그 이득은 랴오닝함의 기술적 한계와 중국 본토에서 멀어질수록 증가하는 취약성에 상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마디로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라는 충고다.
◆대만 등 미국 동맹국 A2AD가 해법=그렇다고 해서 중국의 항모전단이 종이 호랑이는 아니다. 랴오닝함과 그 후속함의 전력 투사 범위가 크게 확장되지는 않더라도 얕잡아봐서는 안 된다. 특히 이번에 랴오닝함이 돌파한 제1 도련선 상에 있는 대만은 그래야 한다. 중국 본토에서 발사 버튼이 눌러지기만 기다리는 초음속 항모 킬러,대함 미사일의 방어망 아래 있는 랴오닝 항모전단은 중국 코앞에 있는 대만을 맘 놓고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Y-18 초음속 대함미사일은 대만의 몇 척 안 되는 수상함을 단번에 격침할 수 있다. 둥펑 21은 미국 항모의 대만 접근을 저지할 수도 있다. 그러면 대만은 앉아서 당해야 하나. 아니다. 대만판 A2AD를 만들라는 게 고메스의 제언이다.
대만에게는 무척이나 다행스럽게도 대만은 이런 능력을 갖출 기술력을 갖고 있다. 대만은 현재 3개 군단으로 패트리엇(PAC-3), 톈궁(天弓) 2호, 톈궁 3호 등 방어용 지대공 미사일과 슝펑(雄風)-2 함대함 순항미사일 등을 운용하고 있다. 또 대만판 '항모 킬러'로 알려진 함대함 미사일 슝펑 3(HF-3) 미사일 개량형도 개발 중이다. 슝펑 2는 음속을 밑도는 속도에 사거리가 160㎞정도이지만 슝펑 3 개량형은 사거리가 최대 300㎞에 이르고 속도는 마하 2~2.5가 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길이는 약 6m, 미사일 동체 지름은 약 46cm, 무게는1.3~1.5t으로 추정된다. 대만이 중국 항모에 직접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기술 협력을 받아 독자 개발한 미사일이다.
대만은 또 슝펑2 미사일 8발, 슝펑3 8발 등 16발의 함대함 미사일을 탑재하는 500t급 초계함을 보유하고 있다. 고속 초계함에서 벌떼처럼 미사일로 중국 거함들을 공격하겠다는 속셈이다. 대공 방어력이 취약해 중국해군 항모에서 발진한 항공기의 공대함 미사일의 제물이 될 수 있지만 적어도 펀치력은 갖고 있다는 뜻이다.
고메스는 "중국 항모들에 대항해 방어하기 위해서는 다른 국가들도 서태평양에서 중국 해군의 이동의 자유를 제약하려면 대만의 선례를 따라서 중국 해군의 한계를 이용하는 무기 기술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는 "다른 나라들은 항모 작전에 걸리는 훈련 시간 등을 감안하면 다른 나라들은 그런 무기를 개발해 배치할 시간이 아주 많다"면서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고메스는 " 중국의 항모투자가 완전한 잠재력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시간과 돈이 들 것"이라면서 "항모는 군사력 상징이지만 남에게 이용당할 취약점도 많다"고 덧붙였다.
다른 방법도 있다. 대만이 미국의 대중 종심억제 전략에 참여하는 것이다. 적진 깊숙이 있는 표적을 타격해서 방어하는 종심방어 전략에 대만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만은 중국의 타격 지역(Kill Zone) 안에 있어 중국의 공격에 대단히 취약하지만 중국이 서태평양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길목에 있다. 어떤 의미에서 대만은 중국의 목에 비수를 대고 있는 것과 같다. 이 비수를 더 날카롭고 파괴력이 큰 무기로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이는 미국의 저명한 군사 싱크탱크인 CSBA의 팀퍼레이커와 로빈 레어드가 지난해 12월29일 '대만.트럼프 태평양 방어망:종심억지에 대하여'라는 보고서에서 한 제언의 요체다.
남은 것은 이를 군사 측면에서 어떻게 달성하느냐이다. 미국과 대만군의 합동작전일 수도 있고 육군 지대공 미사일 체계 즉 사거리를 500㎞로 늘려 2027년부터 실전배치하려는 에이타킴스 개량형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이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배치하는 것일 수 있다. 중국 봉쇄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와 차잉잉원 정부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까.
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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