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문화계 우파인사 지원'을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 목적 중 하나로 제시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박근혜 정부가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아닌 다른 수단으로도 이념이나 정부에 대한 태도에 따른 '배제 정책'을 강구했거나 이행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안 전 수석과 최순실씨의 직권남용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 같은 취지의 증언을 했다.
이 부회장은 안 전 수석의 지시로 미르ㆍK스포츠 등 '박근혜ㆍ최순실 재단'에 대한 기업들의 모금 실무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이 부회장은 검찰이 "안 전 수석이 '문화계 좌파 인사가 많아서 정부의 일이 잘 추진이 안 된다. 그래서 우파 인사를 지원하는 재단을 만들어 정부 일을 지원하려 한다'는 말을 했느냐'는 검찰의 신문에 "그런 식으로 말씀을 하셨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 "정부가 원하는 일을 하는 곳으로 보조금이 지급되도록 하겠다는, 그런 말을 들었다"고도 했다.
이 부회장은 또 "문화계에서라면 모르겠는데, 체육계에 그렇게 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 싶어서 반문한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
이 부회장은 두 재단이 얼마나 부실한 절차로 설립됐는지에 관한 검찰의 잇따른 질문에 "전경련이 재단을 그런 식으로 만든 것도 처음이고 일주일 만에 설립한 것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박 대통령이 두 재단 출연금을 직접 정했음을 시사하는 증언도 했다.
그는 '안 전 수석이 처음에는 모금액을 각 300억원 이상으로 하라고 했다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500억원으로 올리라고 지시한 게 맞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은 특히 "'VIP께 말씀드렸더니 500억원으로 하라고 하더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보통 대화할 때 대통령을 VIP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어쨋든 청와대가 하라고 한 거니까 그냥 열심히 했다"고 털어놨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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