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객원지휘자 슈텐츠 취임 간담회 "헌신적인 단원들에 감명"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앞으로 3년 동안 세계무대에서 명성을 쌓을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서울시립교향악단(시향) 수석객원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52)가 17일 서울 광화문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열린 취임 기념 간담회에서 임기 안에 시향을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시향은 안정적인 지휘 체계를 구축하고 악단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수석객원지휘자 제도를 만들고, 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 슈텐츠(독일)와 유타 심포니 음악감독 티에리 피셔(60ㆍ스위스)를 선임했다. 슈텐츠는 올해 네 번, 피셔는 여덟 번 시향을 지휘한다. 임기는 2019년 12월까지다.
슈텐츠는 "시향이 국제무대에서 명성을 쌓아왔음을 많은 클래식 관계자들이 잘 알고 있다"며 "시향의 장점에 집중해 오케스트라를 안정시키겠다"고 했다. 슈텐츠는 레너드 번스타인과 오자와 세이지를 사사했고 2003년부터 12년간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로 활동했다. 또한 뮌헨 필하모닉ㆍ베를린 필하모닉ㆍ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ㆍ보스톤 심포니 등 유수의 악단을 객원 지휘했다.
그가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와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에 걸쳐 녹음한 말러 교향곡 전곡 음반은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았고, 이중 교향곡 5번은 독일 음반 비평가상을 받았다. 지난해 9월엔 쇤베르크의 '구레의 노래'로 영국 그라모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슈텐츠는 지난 2015년 12월 서울시향과 말러 교향곡 1번을 연주하며 호흡을 맞췄다. 그는 "당시 시향 단원들의 음악에 대한 높은 이해와 오케스트라에 대한 헌신에 감명을 받았다"면서 "그때의 생생한 기억 덕분에 시향의 수석객원지휘자 제안을 오래 고민하지 않고 기쁘게 받아들였다"고 했다.
정명훈 전 예술감독의 사퇴나 박현정 전 대표와 직원들의 소송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정명훈 전 예술감독과 작업하면서 증명된 시향의 명성을 어떻게 국제수준으로 끌어올릴지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시향의 미래와 더 수준 높은 공연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슈텐츠는 오는 20~21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수석객원지휘자로서 첫 지휘를 한다. 메인 프로그램은 슈만의 교향곡 2번이며 리스트의 피아노협주곡 1번(데줴 란키 협연), 스트라빈스키의 '장송적 노래' 등을 연주한다. 슈텐츠는 "슈만 교향곡 2번은 작곡가의 자유로운 생각이 가득 담긴 곡"이라면서 "음악의 다양한 색채와 명암을 잘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아시아에서 초연하는 '장송적 노래'에 대해서도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이 곡은 스트라빈스키가 스승인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가 사망한 뒤 헌정한 관현악곡으로 길이는 12분이며 러시아 혁명 와중에 악보가 분실되었다가 2015년 가을 100년 만에 러시아에서 발견됐다. 슈텐츠는 "이 곡이 러시아 밖에서 연주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 더 뜻깊다. 이 연주는 시향이 얼마나 발전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 했다.
한편 서울시향은 자문을 거쳐 선정한 외국인 지휘자 10여명을 객원지휘자로 초청해 평가한 뒤 올해 말 차기 음악감독을 선정할 계획이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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