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극장 선진화에 앞장서온 국정본 대한극장 회장이 17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6세.
국 회장은 1941년 대한극장 운영업체 세기상사의 창립주인 국쾌남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경신고와 미국 퍼시픽대를 졸업하고 1981년부터 대한극장을 운영했다.
서울 중구 퇴계로에 있는 대한극장은 1956년 건립 당시 20세기폭스사가 설계한 우리나라 최초의 무창 건물로 유명세를 탔다. 작품성 있는 대작 영화들을 대형 스크린에서 상영해 전국에 명성을 떨쳤다.
경영권을 넘겨받은 국 회장은 최상의 관람환경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단일관이던 대한극장을 2000년 5월 멀티플렉스로 전환했다. 해외 유명 영화관들을 돌아보며 모든 공간과 동선을 극장 위주로 설계했고, 상영관 3개를 추가로 개관해 모두 11개관을 운영했다. 모든 층의 그래픽 디자인을 교체하고 회원들을 위한 오렌지 라운지를 별도로 마련하는 등 극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그는 영화를 상영하는 시설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당시 거의 없었던 디지털 프로젝터와 서버를 설치해 디지털 상영관을 구축했다. 또 4way 스피커 시스템, 돌비디지털 EX시스템, QSC 914 디지털 크로스오버(분배기) 등의 첨단 장비를 출시되자마자 직접 수입해 미세한 소리까지 출력했다.
국 회장은 평소 대한극장이 가족이 함께 쉴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랐다. 그래서 옥상정원에 아마추어 예술가를 위한 무료공연장을 설치했고, 직접 관객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비스를 개선했다. 오늘날 멀티플렉스 운영에 초석을 다졌다고 평가받는다.
유족으로는 현영씨·순기 웰링턴매니지먼트 이사가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이며, 발인은 19일 오전 9시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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