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정당 없이는 힘들다"
바른정당行…朴실패 책임 부담
국민의당行…보수층 이탈 우려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신당 창당이나 무소속 출마보다는 기존 정당 입당을 고려하겠다는 생각을 밝히면서 대선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반 전 총장이 기존 정당 합류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그가 어떤 당을 선택지 결론 날 설 연휴 이후에는 대선 구도가 급변할 전망이다.
반 전 총장은 16일 저녁 기자들과 만나 "정당 없이 홀로 하려니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종국적으로 어느 정당이든 당에 소속된다는 생각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반 전 총장은 "지금까지 대통령이 된 사람 중에 당이 없었던 사람이 없었다"며 "당적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 제기된 신당 창당에 대해서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우선 반 총장이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는 보수정당인 바른정당 입당이다. 반 전 총장은 어느 정당에 들어갈지는 특정하지 않았지만 "새누리당이 멀쩡했으면 들어가서 경쟁도 하고 했을 것"이라며 "둘로 쪼개지고 해서 (그럴 여건이 되지 못했다)"라고 말해 보수정당을 염두에 두었음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새누리당이 몰락하자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에 입당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바른정당도 "국제적 경륜과 경험이 대한민국의 대내외적 어려움 극복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바른정당에서 경선을 통해 범개혁보수세력 정권 재창출에 함께 하길 바란다"며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에 입당한다면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지율을 그대로 가지고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 전 총장의 핵심 지지층인 충청ㆍTK(대구ㆍ경북)ㆍ50대 이상 보수층에 바른정당의 지지층인 PK(부산ㆍ경남)와 수도권 보수층을 흡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는 새누리당 지지층까지 껴안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바른정당에 입당한다는 점은 부정적 요소이기도 하다. 반 전 총장이 귀국시 밝혔던 '정치혁명'이 '정권재창출'로 보여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반 전 총장의 야권행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국민의당도 반 전 총장에게 꾸준히 구애의 몸짓을 보내고 있다. 박지원 신임 국민의당 대표는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반 전 총장의 측근이 한 달 전 국민의당에서 (반 전 총장이) 경선하고 '뉴DJP연합'을 희망했다"며 "이에 가타부타할 입장이 아니어서 국민의당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무조건 입당해 경선하면 가능하다는 얘기를 했을 뿐"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 전 총장이 국민의당으로 입당한다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와 함께 '빅텐트'를 노릴 수 있다. 반 전 총장도 16일 김 전 대표나 손 전 대표 등과의 회동 여부에 대해선 "목요일(19일) 지방 일정이 끝나니 돌아가서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약한 호남층을 파고들 수 있다는 점이 국민의당 행의 노림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민의당 입당으로 보수 지지층의 이탈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정당에서도 각기 후보를 낼 전망이어서 보수층의 분산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정당을 선택해도 쉽지않은 길이 예상되고 있어 반 전 총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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