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430억 뇌물에 초점…"이익공유 자료 통해 상당부분 입증"
이재용, 허점 파고들기…"대가성 없고 같은 지갑인지 어떻게 아나"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정현진 기자] 1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선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이 부회장 측의 양보 없는 법리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특검과 이 부회장 모두 사활을 건 다툼이 불가피하다. 특검은 이 부회장 신병 확보를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 수사의 중대 분수령으로, 이 부회장은 자신의 구속 여부를 회사의 명운이 걸린 문제로 각각 인식하기 때문이다.
관건은 양측이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는 대가성 여부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이익공유 여부에 대한 판단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대가성 충돌= 특검은 삼성이 미르ㆍK스포츠재단 및 '비선실세' 최순실씨 일가에 제공한 430억원이 최씨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뇌물이라고 본다.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는 대가로 각종 금전지원을 했다는 것이다.
특검이 뇌물로 규정한 430억원은 2015년 8월 최씨의 독일 회사인 비덱스포츠(옛 코어스포츠)와 맺은 22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 최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약 16억원,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 등이 모두 포함된 액수다.
하지만 삼성이 대가성 여부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특검이 이 돈의 대가관계를 어느 정도로 소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검은 16일 구속기소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청와대의 지시로 국민연금의 삼성합병 찬성을 압박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박 대통령 측의 강요에 따라 마지못해 돈을 댄 것'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진술해왔다. 삼성은 "특검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일은 결코 없다"면서 "특히, 합병이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법원에서 잘 판단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삼성은 법무팀을 중심으로 이번 사안에 대해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왔다. 삼성은 특검이 구속영장 청구 이유를 밝힘에 따라 그 부당성을 지적하는 법리 검토를 진행중인 것으로 보인다.
◆朴-崔 이익공유 관계도 논란= 특검은 영장에 담은 사실관계와 별개로 이 부회장 측의 금전지원이 사실상 박 대통령을 향한 것이라고 규정했는데, 이 또한 논란이 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최씨의 이익공유 정황에 허점이 없는 지가 주요 포인트다. 박 대통령과 최씨가 이익공유관계에 있다 하더라도 삼성이 돈을 건넬 때 이를 알았는지도 뇌물죄 성립 여부의 관건이다.
삼성이 몰랐다면 뇌물죄가 아니고 제3자 뇌물공여가 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논리 자체가 허물어진다. 삼성 관계자는 "대가성이 아닌데다 지금도 이익공유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지원 당시 박 대통령과 최씨가 같은 지갑을 썼다는 사실을 알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16일 "박 대통령과 최씨 사이 이익공유 관계에 대해선 여러 자료를 통해 상당부분 입증이 됐다"고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대가성 여부, 이익공유 여부 등 특검의 영장청구내용을 놓고 논란이 많다"며 "그동안 롯데그룹 수사 등의 전례에 비춰볼 때 구속수사는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법리 외적인 대목에서 불구속을 법원에 호소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외 경제상황의 불확실성 등을 근거로 자신의 구속이 가져올 국가적 악영향을 강조하는 식이다.
법원이 이런 점을 고려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심리를 맡은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검찰이 1750억원 규모의 횡령 등 혐의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위증 사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법원이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 사안은 여러가지 고려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결과를 단언하기 어렵다"면서 "법원도 특검과 삼성 측 주장을 면밀히 검토해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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