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홍유라 기자]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의 본격 대권 행보에 더불어민주당은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안으론 소속 잠룡들의 세를 불리되, 바깥에서 반 전 총장 견제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다만, 반 전 총장에 대한 당 차원의 검증 작업은 부담이 상당해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반 전 총장의 귀국 이튿날인 13일, 민주당 지도부는 일제히 반 전 총장 때리기에 나섰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반 전 총장의 귀국인사는 대단히 실망스러웠다"고 했고,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반 전 총장의 데뷔전은 실패했다고 판단한다. 특별한 비전도 새로운 내용도 없는 메시지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당장 민주당은 반 전 총장의 캠프 등 주변 인맥을 집중적으로 저격할 태세다. 현재까지 윤곽이 드러난 '반기문 사단'을 살펴보면 곽승준 고려대학교 교수 등 MB계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이와 관련 추 대표는 "반 전 총장께서 지적한 그대로 우리나라를 총체적 난관으로 몰아간 사람들이 바로 반 전 총장 옆에 서있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사람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 원내대표 역시 "(반 전 총장이) 정치교체를 말했는데 이분은 정치교체 보다 옆에 서계신 분들부터 교체해야 할 거 같다"며 "그 면면으로 정권을 잡겠다고 한다면 '택도 없는 소리다' 이런 이야기가 많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 거론됐던 민주당 내 반 전 총장 검증 태스크포스(TF) 설치는 없던 일이 됐다. 우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런 TF를 만들리가 없다"며 "전에도 누가 그런 얘기를 하기에 '미쳤냐. 왜 만드느냐'고 했다"고 부인했다. 대신 의원 개개인과 대선 주자 캠프별로 반 전 총장 공세를 위한 정보 수집에 나선 상태다. 이미 상당한 양의 제보가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내 대선주자들은 묘한 긴장감 속에서 각자 행보에 나섰다. 반 전 총장 귀국과 별개로 각각의 지지층 확보에 주력하는 양상이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13일 오전 '함께여는 미래-18세 선거권 이야기' 간담회를 갖고 '18세 선거권 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문 전 대표는 반 전 총장 귀국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무시 전략'을 구사 중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13일 오후 야권의 심장인 광주를 방문해 지역기자간담회를 진행한다. 이어 2박3일 일정으로 호남을 두루 찾을 계획이다. 이에 앞서 이 시장은 이날 오전 'PBC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 출연해 "(반 전 총장은) 정치해서는 안 될 사람이라고 본다"며 "센 쪽에 붙고, 어디가 양지인가 찾고 이런 분이어서 그런 분이 뭘 하겠나"라고 꼬집었다.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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