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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미래를 자신하는 어리석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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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미래를 자신하는 어리석은 인간 박성호 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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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대단하지 않다. 생각만큼 똑똑하지도 않다. 특히 앞날을 내다보는 데는 전병(煎餠)이다. 우리는 언제나 많이 알고 있다고 믿으며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온갖 정보가 쏟아지는 세상에서 이런 착각은 강화된다.


지금 날마다 전 세계에서는 2.5퀸틸리언(quintillion) 바이트의 자료가 생산된다. 퀸틸리언은 조의 1만 배, 즉 100경이다. 인간의 뇌는 쏟아지는 정보양의 100만분의 1인 3테라바이트(terabyte)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주위의 무수한 정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 내가 알고 있는 것'의 틈새를 넓힌다.

그런데도 인간이 미래 예측에 자신감을 가지는 이유는 '이성'이라는 무기를 머릿속에 담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우리의 예상 또는 예측의 경로를 벗어나 막대한 비용을 치른 대표적인 사례는 2008년 금융위기다.

2000년 로버트 쉴러(Robert Shiller) 예일대학교 교수는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에서 주택거품의 시작을 지적했다. 2002년 8월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의 경제학자 딘 베이커(Dean Baker)도 주택가격 거품을 경고했다. 2005년 폴 크루그먼(Paul Krugman)박사는 주택거품과 피할 수 없는 종말을 주장했다.


가격에 거품이 끼기 시작하면 가격경쟁이 아니라 '속도의 전쟁'이 진행된다. 2004년 미국 시카고 외곽지역에 거주했다. 하루가 다르게 껑충 뛰는 주변 집값을 보며 비정상이라고 머리는 판단했지만 좀 더 크고 비싼 집을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에 떨었던 적이 있다. 이성은 작동을 멈췄다. 남들보다 한발 앞서 사는 게 손해 보지 않은 길이라는 충동이 시야를 가린 셈이다.


한국경제는 위기에 빠졌다고 모두가 우려한다. 일시적 쇼크가 아니라 구조적, 장기적 위기라는데 공감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알려진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라는 예언적 자신감이 팽배해 있다. 특히 정치권은 대책도 없이 이 근거 없는 자신감에 도취한 수준이다.


부산 위안부 소녀상 설치 문제로 일본은 통화스와프 협상중단을 일방적으로 우리 측에 통보했다. 야권은 예비비를 편성해 '10억엔'을 돌려주자고 주장했다. 통화스와프 맺자고 소녀상 설치를 막을 수는 없다.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국가 간 합의 내용을 손바닥 뒤집듯이 하면 한국과 거래할 기업은 없다. 기업들이 투자할 때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국가정책의 불확실성인데 정치권은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정치권의 대응 역시 마찬가지다. 치밀한 전략 없는 오락가락 대응은 중국의 경제보복을 더욱 강화할 뿐이다.


여야는 물론 잠룡들도 한 명 빠짐없이 당이나 본인의 정책이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예상한다. 대선 공약 단골손님이지만 재벌개혁을 필두로 한 경제혁명으로 구조적 위기를 단숨에 극복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번에는 촛불민심까지 등에 업었다. 짧은 인생을 살았지만 뭐든 한 방에 해결하겠다는 사람 치고 믿을 만한 이를 아직 보지 못했다.


"무능해서가 아니라 확신에 사로잡혀 변화할 생각이 없는 지도자가 결국 실패한다." 실패학 대가 시드니 핑켈스타인(Sydney Finkelstein) 미국 다트머스 대학교수의 말이다. 확신을 넘어 신앙 수준의 미래 예측력을 가진 대권 주자가 넘쳐난다. 한국경제에는 쓰나미 같은 재앙이다.






박성호 경제부장 vicman12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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