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여러분을 섬긴 것은 내 평생의 영광이고, 또 멈추지도 않을 것이다. 한 시민으로서 내 삶의 남은 시간을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
퇴임을 열흘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밤 시카고의 매코믹 플레이스 센터에 모인 수천명의 청중들 앞에 섰다. 자신의 임기 8년을 마무리하는 고별 연설을 하기 위해서다. 그는 미국민에게 감사와 이별 인사를 전하면서도 더 나은 미국의 미래와 변화를 강조, 눈길을 끌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우리의 시간에, 우리의 손으로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믿음을 재확인했다”면서 "우리는 여러 세대에 걸쳐 미국을 더 나은 나라, 더 강한 나라로 만들었고, 우리는 진보를 향한 기나긴 계주를 뛰면서 우리의 일이 항상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09년 우리는 직면한 도전을 더 강하게 헤쳐 나갔다. 이는 우리가 이 나라를 더 나아지게 할 수 있다는 신념과 믿음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나는 변화는 보통 사람들이 참여하고, 그것을 요구하기 위해 함께 뭉칠 때 일어난다는 것을 배웠다”면서 “8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변화의 힘을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두 걸음 나아가면 종종 한 걸음 뒤로 가는 것을 느낀다”면서 “국가의 진보가 고르지 않을 때도 있다”고 말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우회적으로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또 ”무역은 단순히 자유로울 뿐 아니라 공정해야한다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경제의 다음 변화 물결은 외국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중산층의 직업을 무자비하게 잠식할 자동화에서 오게 될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신고립주의적인 보호무역 기조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 경제 회복과 건강보험개혁정책(오바마케어)을 주요 업적으로 꼽았다. 그는 2009년 취임 당시의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 실업률이 최근 1년동안 최저치까지 낮아졌다고 자부했다. 이어 “오바마케어로 서민들도 이제 적은 비용으로 건강보험을 갖게 됐다”는 대목에선 청중들도 큰 박수로 호응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부인 미셸 여사를 언급하는 대목에선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미셸 여사에 대해 “당신은 내 부인이자 내 아이의 엄마일 뿐 아니라 나의 가장 절친한 친구다. 당신은 백악관을 모든 사람의 장소로 만들었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청중과 국민들을 향해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 우리는 이뤄냈다(Yes We Did).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는 말로 고별 연설을 맺었다.
이날 고별 연설이 진행된 시카고는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인 동시에 그가 지난 2008년 11월 최초 흑인 미국 대통령의 탄생과 미국 사회의 변화를 외치며 역사적인 대선 승리 연설을 했던 곳이다. 당시 그의 대선 슬로건이었던 ‘우리는 할 수 있다’를 다시 외치며 오바마 레거시(업적)의 대미를 장식하는 동시에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한 셈이다.
CNN 등은 오바마의 이날 연설이 지난간 업적에 대한 연설이 아니라 미국 사회의 변화와 전진에 대한 믿음을 강조한 ‘내일을 향한 연설’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와관련, 워싱턴 정가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대통령 및 의회선거 패배로 위기에 몰린 민주당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민주당에 오바마케어 사수를 강력히 촉구하는 한편 지지자들에게 실천을 거듭 촉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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