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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차기 아닌 이번 대선 후보…기회 올 것이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4분 50초

119도착시간 5분 단축을 최대 치적으로 든 도지사
여소야대에서도 9개월 연속 광역단체장 지지율 1위
義…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했던 이유
"이번 대선에 도전한다"..."안희정은 안희정이다"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처음에 라디오 인터뷰 내용을 듣고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청계천 복원과 같은 대표적 치적 사업이나 경제 성장률 몇 퍼센트 달성 등의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6년간 도지사를 지내면서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119구급차 도착시간 단축을 들었다.


사회자 : "눈에 확 띄는, 혹은 눈에 안 띄지만 이것이 안희정이다 할만한...(일들이 뭐가 있나요.)"
안희정 : "지난 5년 동안 응급의료이송체계를 확보해서 (중략) 신고 이후에 8분대였던 시간을 5분대로 3분을 줄였습니다." ( 김어준의 뉴스공장, 지난해 12월 6일 방송 녹취분 中)

안희정 "차기 아닌 이번 대선 후보…기회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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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급 내용이 사실인지, 그리고 정말 119도착시간 단축을 가장 큰 업적으로 생각했는지 확인했다. 실제 지난해 충남 송년 기자회견 자료에 따르면, 충남은 2012년 10분3초였던 119구급차 현장도착시간을 지난해 5분 51초로 줄였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안 지사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119도착시간 단축을 가장 큰 잘한 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골든타임=응급시간 단축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전문가에게 물었다. 김규석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 데이터가 맞는다면 의미 있게 받아들여야 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10분에서 5분이 얼마나 빠르냐, 이것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심정지 환자 등에는 5분은 매우 의미가 크다. 걸어서 나갈 수 있을지 그렇지 않을지를 결정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일반 환자에게는 큰 차이가 없을지 모르지만, 심정지 환자 등에게는 사느라 죽느냐를 결정하는 골든타임이 5분이라는 것이다.

안 지사는 119도착시간 단축에 대해 "지역이 가진 의료 사각지대나 취약지대를 극복하도록 노력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충남이 지난해 445억달러 무역수지 흑자를 거둬 우리나라 전체 무역흑자 가운데 절반이 이 지역에서 나왔다거나, 이 지역 경제 성장률이 전국 다른 지역을 크게 상회하며 1~3위를 기록했다는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중앙정치에 가려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안 지사는 현재 9개월 연속 광역자치단체장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6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지사는 지방선거 당시 지지율 52.2%보다 14.5% 높은 66.7%를 기록했다. (표집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4.5%) 지지율 등락은 있지만, 그는 줄곧 상위권을 차지했다. 안 지사와 소속이 다른 새누리당이 충남도 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이다. 그동안 정치는 의회 주도세력와 행정부가 서로 다를 경우 힘겨루기 속에서 파행을 빚는 일들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아시아경제는 지난 2일 안 지사를 만났다. 6일 보도된 인터뷰 기사에서는 안 지사의 새로운 정치와 경제 성장에 비전이 소개됐다. 당시 지면 사정으로 전하지 못했던 인터뷰의 나머지 이야기를 전한다.


◆'정당정치', 그가 칼을 빼든 이유=그는 최근 들어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을 상대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손 전 대표에게는 정계 은퇴를 요구했고, 반 전 총장에게는 '정치에 기웃거리지 말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야권 주요 대선주자들이 날 선 발언으로 여론의 지지를 얻었을 때도 상대적으로 무딘 발언을 내놨던 그를 아는 사람들로서는 놀랄 정도였다. 정치평론가들의 분석처럼 주목을 얻기 위해 노이즈 마케팅을 펼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누구랑 설전하기 싫다. 내 정치가 옳다는 것을 알리고 싶을 뿐이다. 새로운 민주주의와 정치가 어떻게 가야 하는지 원칙을 이야기하려 하는데, 너무나 근본이 안 되고 기본이 안 되는 이야기를 해서 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런 정치에 현혹되면 박 대통령을 뽑은 것과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민주주의 선거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정당정치가 이뤄져야 한다. 정당은 자기가 국가를 이끌겠다는 소신과 비전을 놓고 동지들과 결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당 저 당, 어떤 당이든 올라탈 것처럼 하니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앞서 안 지사는 지난해 11월 서강대 강연에서 "민주주의자라면, 그리고 좋은 지도자라면 계파나 개인이 아닌 정당이 집권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연했다. 그는 정당정치가 이뤄져야 책임의 정치, 책임을 질 것을 두려워하는 정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탈당이나 새로운 당으로 이합집산하는 것으로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는 정치가 반복된다면, 정치적 책임 소재는 물론 정당을 통한 정치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이 안 지사의 지론이었다.


하지만 그가 반 전 총장에 대해 반발한 것은 꼭 정당정치 위기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안 지사는 반 전 총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신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세계를 인식하는 창, 노무현=사실 노 전 대통령은 안 지사에게 너무나 특별한 존재였다. 인터뷰를 포함해 여러 차례 만났을 때마다 그는 노 전 대통령 이야기를 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 원칙과 상식으로 대변되는 정치, 수평적 인간관계, 대중정치인으로서의 자질, 정직함 등 도덕적 요건 등을 노 전 대통령을 통해서 설명했다. 그에게 왜 노 전 대통령이 좋았는지 물었다. 그의 이번 답은 '의(義)로움'이었다.


"노 전 대통령에게 이끌렸던 것은 절대로 비굴하지 않으려는 모습 때문이었다. 옛 말에 무릎 꿇고 사느니 서서 죽기를 원한다는 표현이 있는데 딱 그 느낌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많은 순간 그렇게 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전 회장에게도 그랬다. 남들은 다 회장이라고 하는데, 끝까지 증인이라고 불렀다. (3당 합당 당시) 김영삼 당시 총재에게도 이의가 있다며 3당 야합을 거부했다. 그는 자기가 생각했던 원칙을 지키려 했다. (노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은) 튀려고 했던 것이 아니다. 소신과 신념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위를 한 것이다. 그럴 때 느껴지는 의로운 기운이 있다. 그 의로운 기운이 너무 좋았다. 어떨 때 보면 정말로 한참 스승님이지만 어쩌면 저렇게 나랑 똑같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인생과 정치는 똑같다. 그렇게 살아야 한다."


안 지사에게 있어서 노 전 대통령은 몹시도 닮고 싶은 존재이고, 넘어서야 할 대상이기도 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참모와 친구처럼 관계 맺는 방식에서 민주주의의 소통 방식을 배웠다고 말했다. 안 지사의 정치관, 국가관 등에서는 노 전 대통령과 안 지사의 것을 분리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얽혀있었다. 그는 첫 도지사 선거 당시 한 연설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었다.


"제가 노 전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것은 아직도 시골에서 한우를 키우는 우리 외삼촌에 대한 나의 우정이요, 아직도 시골에서 농사짓고 있는 우리 부모님과 평범한 보통사람에 대한 충성이다. 노 전 대통령은 그 국민에게 충성했다. 그렇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것은 제가 살아온 대한민국에 대한 충성이요, 힘없고 백 없는 이 땅의 보통 어머니, 아버지에 대한 충성이다."


그는 최근 한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 맛을 내고 싶은데 못 낼 때가 힘들다. 산삼 씨를 가져다 밭에 심은 장뇌삼은 오리지널 산삼을 못 당한다. 노 전 대통령은 정의를 자기 삶의 정의로 받아들였는데, 나는 관념으로 받아들였고 내 삶의 배고픔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때 혁명을 꿈꿨다고 했던 그는 노 전 대통령을 통해 세상을 바라봤고 정치를 익혔고, 새로운 정치를 꿈꿨다. 안 지사는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정치했던 시기를 '행복'으로 기억했다.

안희정 "차기 아닌 이번 대선 후보…기회 올 것이다"


◆안전한 나라=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은 세월호 이야기였다. 한국 정치의 결정적 선거로 불리는 지난해 4·13 총선 당일 그가 부인과 단둘이 팽목항에 다녀왔었다는 사전에 알고 총선 당일 무엇을 했는지 물었다. 그는 모자를 꾹 눌러쓰고 팽목항에 다녀왔노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치인들이 사건·사고와 슬픔에 빠진 사람들에게 조심해서 다가가야 한다. 그들은 여당도 야당도 아니다. 자기 자식 수습해달라는 분들이다. 이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을 규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분들은 자식을 잃었는데. 그래서 못 갔다. 한 번도 가지 못 하고 애달캐달 했었다.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충남에서 세월호 주기 때 실·국장들 불러놓고, 세월호 사진 앞에서 '잊지 말자'고 맹세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말에는 충남 안전비전 2050을 만들었다. 내년부터는 모든 간부에게 교육할 것이다. 조회 때 실·국장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재난 사건·사고가 나면 실·국장은 상황의 현장 통제관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때 말했다 '임진왜란으로 치면 동래부사가 칼을 들고 성을 지키는 것이다.' '통제할 자신이 없으면 승진하지 마라.' 현장 책임자가 책임을 갖고 상황을 지휘할 자신이 없다면 그 자리에 가지 말아야 한다.' 지난 2년간 그런 노력을 했다."


그는 차차기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차기 대권 주자다. 큰 형님뻘인 문 전 대표의 존재에 가려, 2017년이 아닌 그 이후의 대선이 역할이 맡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안 지사는 이번 도전이 경험 삼아 하는 도전이 아니라고 밝혔다. 자신을 알릴 기회를 준다면, 있는 힘껏 알리고 국민의 선택을 따르겠다는 것이다.


"제가 당장 이번에 도전하리라 생각을 잘 안 하는 것 같다. 당장 물건을 살 거라고 생각을 하면 품평회를 할 것인데, 이번에 살 물건이라고 생각들을 안 해 주는 거 같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있으니까 다음(차차기)에 하지 않겠나, 이런 인식 때문에 이번에 경험을 쌓고 다음에 도전하겠지 하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 저로서도 난감한 일이다. 그런데 무엇이든 결정을 지으려면 사람들은 구체적 품평회를 해야 하는데, 아직은 그 품평회 단계까지 가지 않은 것 같다. (중략) 안희정은 안희정이다. 제가 가지고 있는 비전과 리더십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국민 여러분께 주목받고 평가받는 시점이 오지 않겠나 생각한다. 그때까지 꾸준하게 해보겠다."


안 지사는 이달 22일 민주당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할 계획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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