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7] TV 극한의 화질, 그 성능에 맞는 이름을 허하라

삼성전자-LG전자, 신제품 TV 이름에 담긴 철학·고민…CES 중심축 TV, 패러다임 변화 엿보여

[라스베이거스(미국)=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QLED TV, OLED TV W, 브라비아 OLED TV….'

5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7'는 첨단 기술의 향연으로 뜨거웠다.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이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 가운데 '화질의 한계'를 이겨내는 TV 신기술들도 주목받았다.

삼성전자는 'QLED TV', 'LG전자는 OLED W', 소니는 '브라비아 OLED TV'로 격돌했다. 새로운 용어의 등장은 TV에 대한 자신감과 철학, 마케팅에 대한 고민이 동시에 드러낸다.

삼성전자는 기존 프리미엄 TV 브랜드인 'SUHD TV'라는 이름을 더 이상 쓰지 않기로 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QLED TV를 하나의 브랜드 이름이 아니라 카테고리로 설명했다.

삼성전자 모델들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17'에서 기존 TV의 화질을 뛰어 넘는 차세대 TV 'QLED'를 소개하고 있다.

브라운관 TV, PDP TV, LCD TV, OLED TV 등 TV 역사를 새롭게 썼던 또 하나의 변곡점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 사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화질에 대한 논쟁보다는 사용자의 시청 경험에서 오는 불편을 종합적으로 해결하는데 더 많은 연구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한국 업체들이 화질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처럼 몰고 가는 외부의 시각을 경계하면서 TV를 둘러싼 논쟁의 방향 전환을 강조했다.

LG전자는 OLED TV의 2017년형 신제품격인 OLED TV W를 출시했다. LG전자도 기존의 화질 경쟁을 넘어서 '여백의 미학' '채움의 미학'이라는 철학적 의미를 TV에 부여했다.

LG전자는 "화면 이외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획기적인 화질과 사운드 기능을 더한 '비움과 채움 미학의 결정체"라고 설명했다. LG 시그니처 OLED TV W7 시리즈는 패널 두께가 2.57㎜에 불과하다. 마치 그림 한 장만 벽에 걸려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할 정도로 인테리어 측면에도 신경을 쓴 제품이다.

2017년형 신제품 이름으로 사용된 'W'는 벽지(wallpaper), 창문(window), 와우(wow)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LG전자는 'CES 2017'에서 'LG 시그니처 OLED TV W'를 공개했다.

소니는 CES에서 최초로 공개한 4K HDR OLED TV 이름을 'BRAVIA OLED'로 붙였다. 소니 관계자는 "스크린 자체에서 탁월한 사운드를 내는 세계 최초의 대형 스크린 TV"라면서 "기존의 스피커를 없앰으로써 영상에 방해가 되지 않는 독창적인 디자인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한때 TV시장을 둘러싼 경쟁의 초점이 화질과 크기, 두 가지로 집중된 시기도 있었다. 점점 더 좋은 화질, 더 큰 크기의 패널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데 기술력을 집중했다.

하지만 인간의 눈으로는 사실상 구분하기 어려운 초고화질 경쟁이 지니는 한계, 일정 크기 이상의 패널을 둘러싼 실용성 논쟁 등을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고민의 결과, 화질과 크기 이외의 방향으로 경쟁구도가 펼쳐지는 것이다.

CES는 '융합의 시대'에 들어선 지 오래이고, 올해 행사에서도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CES 50년 역사를 되짚어보면 역시 TV는 기술의 총아로 평가받는다. 주요 기업들은 다양한 상품을 내놓으며 시선몰이에 나섰지만, 가장 큰 전시공간을 차지한 것도 TV였다.

업계 관계자는 "TV가 삶에 미치는 의미와 영향을 고려할 때 화질과 크기로 우수성을 논하는 것은 과거의 패러다임"이라며 "CES 2017은 TV를 둘러싼 논쟁의 초점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 증명된 자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