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조기상환액 1749억으로 상반기 대비 56% 증가…유가 상승세 둔화 가능성에 신규투자 신중론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국제유가가 1년만에 두 배로 상승하면서 원유에 투자하는 원유 파생결합증권(DLS) 조기상환액이 크게 늘었다. 다만 유가가 오를대로 올랐다는 인식에 원유 DLS 조기상환에 성공한 투자자들의 재투자는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원유 DLS 조기상환액은 지난해 8월 하반기 최저 수준인 120억원에서 9월 211억원, 10월 269억원, 11월 545억원으로 급증했다. 12월에도 347억원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전체로는 1749억원이 조기상환돼 상반기 1116억원 대비 56% 늘었다.
원유 DLS 만기는 보통 3년이지만 원유 DLS에 투자한 후 기초자산인 유가가 일정 수준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경우, 빠르면 3개월 또는 6개월 후에 원금과 연 5% 안팎의 수익을 조기상환받을 수 있다.
지난해 서부텍사스산원유(WTI)를 비롯해 유가가 급등하면서 원유 DLS 투자자들이 빠른 시일 안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WTI 가격은 지난해 2월11일 배럴당 26.21달러로 최저점까지 내려갔다가 반등, 12월28일 54.06달러로 연중 최고점을 기록한 후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53.72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연초 20달러대까지 내려갔던 WTI가 상반기 40~50달러대를 회복한 후 하반기에도 안정적으로 상승 흐름을 유지하면서 연초 발행된 원유 DLS의 조기상환도 크게 늘어난 것이다.
유가 급등에 원유 DLS 신규발행 또한 크게 늘어 하반기 2846억원을 기록해 상반기 1081억원 대비 163% 증가했다.
다만 유가가 가파르게 오른 만큼 향후 상승세가 둔화될 수 있고, 연초부터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어 원유 DLS 신규투자에는 다소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원유 DLS 조기상환에 성공한 투자자들이 재투자에 나서지 않으면서 원유 DLS 신규발행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원유 DLS 신규발행액은 368억원으로 전월 596억원 대비 38% 감소했다.
산유국들이 이달부터 원유 감산에 나서면서 유가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리비아와 나이지리아가 감산 합의에서 면제받은 만큼 향후 변수가 될 수 있다. 미국 경기 개선에 따른 달러 강세가 유가 상승세에 브레이크를 걸 가능성도 적지 않다.
황병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배럴당 55달러에 도달하면서 일부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빌미로 작용하고 있다"며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에서 면제된 리비아가 연초부터 산유량 확대를 발표하는 등 리비아 등이 향후 OPEC 감산 효과를 좌우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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