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홍유라 기자]비문(비문재인)의 '잠룡탐색전'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아닌 대선 주자 중 적확한 지지 후보를 찾기 위한 과정이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등 후보 군이 많은 만큼 이 같은 행보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민주당 내 비문 진영을 주축으로 한 의원 79명은 3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을 초청해 '대한민국 적폐청산과 공정국가 건설'을 주제로 하는 국회토론회를 주최했다. 주관은 '경제민주화와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가칭)이 맡았다. 이른바 '김종인 사단' 등을 포함, 당내 비문 중심의 30여명이 모인 단체다.
이 시장은 해당 토론회 발제문에서 재벌체제 해체와 노동존중의 공정경제 등을 주장했다. 그는 "정치권력이 규칙을 바로 세워 재벌 대기업의 탐욕을 규제해야 한다"며 "정부와 공공기관부터 상시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비정규직의 소득을 올려주는 건 꺼져가는 경제의 불씨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며 "우리가 촛불혁명으로 완성해 야 할 민주공화국의 첫 번째 가치는 바로 노동존중, 노동중심"이라고 했다.
비문이 문 전 대표 외 다른 주자들과 토론회를 진행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27일엔 야권 잠룡인 김부겸 민주당 의원 주최로 개헌 토론회가 열렸다. 해당 행사엔 민주당 내 비문 의원 35명이 함께했다. 같은 달 26일엔 경제민주화와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이 개헌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엔 김종인 민주당 전 대표가 참석해 축사를 했다. 12월21과 5일 두 차례 걸쳐 비문을 주축으로 진행된 토론회엔 박 시장이 발제자로 나서기도 했다.
비문의 세몰이를 통한 잠룡 찾기는 정치적 생존을 모색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사실상 조기대선 국면에서 문 전 대표의 상승세가 계속됨에 따라 추후 친문(친문재인)에 대거 밀릴 수 있단 위기감이 작동했다. 당장 눈앞에 닥친 경선이 관건이다. 친문을 중심으로 문 전 대표가 무난히 경선에서 승리한다면, 비문은 당내 주도권 다툼에서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비문은 문 전 대표의 대항마 격으로 강력한 잠룡을 찾아 나선 것이다.
그동안 비문 중심 토론회에선 문 전 대표를 압박하거나 비판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특히 김 전 대표는 "(문 전 대표가)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개헌을 하지 않고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개헌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엔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참석해 축사를 진행했다. 추 대표는 "성남시에서 한 일들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에도 사이다같이 소신껏, 어떤 방해도 물리치고 척척해낸 것을 보면 감탄사가 나오는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라며 "정말 나라를 맡겨도 좋을 만큼 그런 복지 철학이 있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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