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 국무총리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및 한·일 위안부 협상 등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중요 외교·안보 사안에 대해 정면돌파 의사를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황 권한대행이 야당과의 협치보다 대통령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의지로 비춰지면서 논란은 증폭될 전망이다.
황 권한대행 측은 최근 "주요 정책의 기조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존의 정책이 그대로 간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여전히 중국과 외교적 갈등을 빚고 있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는 "힘들게 합의한 것을 뒤집을 수 없다"며 "사드 배치는 외교정책이어서 쉽게 바꿀 수가 없다"고 분명히 했다.
실제로 황 권한대행이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한·미 연합사령부를 방문해 '한·미 동맹'을 강조한 것은 혼란스러운 '탄핵 정국' 속에서도 예정된 사드 배치 일정에 변경이 없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사드 배치 부지로 확정된 성주골프장을 남양주의 군유지와 맞교환하는 협상을 롯데 측과 진행 중이다. 군은 내년 1월에는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되며 빠르면 내년 5월까지는 사드 배치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한·일 위안부 협정도 마찬가지다. 황 권한대행 측은 이 또한 상대가 있는 외교 사안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위안부 합의 이행 중단을 정부에 요청하겠다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근 주장에 대해 "정부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흔들림없이 외교안보 정책을 연속성있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며 "정부는 위안부 합의를 포함해 한·일간 합의 사항을 착실히 이행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탄핵 국면'의 장기화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가 언제 나올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황 권한대행의 적극적 대통령 권한 행보가 미치는 외교·안보적 측면에 외교가는 주목하고 있다.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 차기 정부에 넘겨야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야당 및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에도 무리하게 민감한 현안을 밀어붙일 경우 '촛불 민심'의 벽에 부딪힐 가능성도 크다.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과 헌재의 탄핵심판 인용, 황 권한대행 사퇴를 촉구하는 8차 주말 촛불집회가 열렸다.
외교 소식통은 19일 "탄핵 국면이 장기화될수록 대통령 권한대행의 적극적 국정 운영 의지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수의 민심이 반대하는 외교와 안보 현안을 무리하게 강행하기보다는 현재 실종된 '정상외교'의 대안 또는 해법을 찾는게 시급하다"고 밝혔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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