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내년부터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이 대거 쏟아진다. 지난 2년여간 '밀어내기' 식으로 공급된 물량의 입주시기가 도래하면서 공급과잉에 따른 사회적 문제가 불거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내년 입주하는 아파트가 36만9709가구, 내후년에는 40만9729가구로 집계됐다. 2000년대 들어 연간 단위로는 최대치다. 지난해 26만가구, 올해 28만여가구가 입주한 것과 비교해도 상당히 많은 수준이다. 현재 인구나 가구수, 자가보유율 등을 감안할 경우 현 적정공급가구는 27만여가구로 정부는 보고 있다. 내년 입주를 맞는 아파트 가운데 절반 이상이 몰린 지방이나 분양물량이 몰렸던 택지개발이 활발했던 수도권 신도시에서는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이른바 역전세난이나 입주포기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5년여 전 경기도 파주와 용인, 영종 등에서는 대규모로 입주를 거부하는 일이 있었다. 당시 용인의 한 단지에서는 건설사가 '프리미엄 보장제'라며 수분양자들을 끌어모았지만 사실상 '할인분양'으로 하락한 집값을 보전해주지 못해 수분양자들이 건설사를 대상으로 집단소송에 나선 적도 있다.
공급과잉 상황에서는 입주를 완료한 단지도 안심할 수 없다. 임차수요를 노리고 집을 샀는데 세입자가 없다면 자금융통이 원활치 않아 급매물이 늘고 집값이나 전셋값이 전체적으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역전세난이 우려되는 지역으로 지방과 경기권을 들 수 있는데 동탄, 시흥, 평택같은 경우 워낙 입주물량이 많았던 탓에 앞으로 시장상황을 주의깊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며 "내년 하반기를 시작으로 2018년까지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흐름을 보면 단기간 내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점차 회복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오는 2019년이나 2020년께는 다시 회복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2009년 발생한 '잠실 역전세난'이 대표적이다. 당시 잠실에선 파크리오, 리센츠, 엘스 등 1만5000여가구가 한꺼번에 입주하면서 가격이 떨어졌다. 당시 잠실 엘스의 전용 84㎡의 경우 전셋값이 4억원선이었으나 2년 뒤 6억~7억원 선으로 치솟았다. 전셋값이 오르면서 매매가 역시 밀어올렸다.
입주물량 증가로 부동산 중개나, 임대, 관리, 리모델링, 인테리어 등 부동산 후방 산업이 활기를 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급물량이 많은 상황에서 추가공급보다는 기존 주택 유지보수, 관리 등이 중점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미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감지해 관련 산업군을 자회사로 설립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한미글로벌의 '이노톤'이 대표적이다. 이노톤은 인테리어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당장은 공급량이 늘면서 전셋값이 떨어지는 등 전세시장 안정화에 기여하겠지만 과도한 물량으로 인해 역전세난 발생과 매맷값 하락으로 인한 급매물이 쏟아지는 등의 시장상황이 예상된다"면서 "한편 부동산의 경우 파급효과가 큰 산업군이기 때문에 인테리어, 이사 등 관련 산업군이 활성화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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