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개 법률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A씨는 최근 연 가게 영업이 통 시원찮아 근처 사거리에 홍보 간판을 설치하기로 마음 먹었다. 곧바로 시청에 옥외광고물 허가를 신청했는데 한 달이 넘도록 담당 공무원은 감감무소식이다. 결국 A씨는 간판을 달지 못한 채 가게를 운영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B씨는 얼마 전 과외교습소 개소에 앞서 관할 교육청에 설립ㆍ운영 신고를 했다. 정해진 기준을 모두 갖춰 신고한지 한참이 지난 지금도 B씨는 교습소를 못 열고 있다. 교육청 담당자는 자세한 설명 없이 "신고 내용을 더 검토해야 한다"는 답변만 되풀이한다.
이같이 생계 유지에 바쁜 서민들을 답답하게 하는 행정 처리를 바로잡기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정부는 13일 인허가 및 신고제 합리화를 위한 교육부 등 17개 부처 소관 53개 법률 개정안(206개 과제)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인허가ㆍ신고 관련 행정에서 신청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 처리'되게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옥외광고물 허가의 경우 20일 이내, 교습소 설립ㆍ운영 신고는 8일 이내에 신청인에게 인허가 또는 신고 수리 여부나 처리 기간을 연장하겠다는 통지를 하지 않으면 '인허가 또는 신고 수리 완료'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앞서 관련 분쟁과 민원ㆍ소송이 끊이지 않으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이에 국무조정실과 법제처 등 관계 부처가 협업해 이번 법률 개정안을 내놨다.
이 밖에 정부는 채굴 계획 인가를 위한 관계 기관 협의 등 관련 행정 기관의 의견을 듣거나 협의를 거쳐야 하는 11개 법률 속 13건의 협의 규정에는 협의 기간 내에 의견을 제출하지 않으면 의견이 없는 것으로 보는 협의 간주 제도를 확대 도입키로 했다. 법률 개정안에는 또 양곡가공업 휴ㆍ폐업신고 등 수리가 필요하지 않은 신고(11개 법률 속 16건)엔 행정청이 별도로 수리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명시됐다.
정부는 국무회의를 통과한 53개 법률을 연내 국회에 제출하고 제도 개선이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법제처 관계자는 "국민 생활, 기업 활동과 밀접한 인허가ㆍ신고 민원의 처리 절차를 보다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관련 민원이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을 전망"이라며 "공무원의 행태와 인식 개선도 유도해 일선 행정 기관의 소극적 업무 처리 행태가 바로잡힐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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