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현대상선이 6개월간 끌어왔던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 가입에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정부의 해운사 구조조정도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2M 회원사인 머스크ㆍMSC 실무진과 2M 본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벌여왔던 현대상선 협상팀이 전날 귀국했다. 지난 6월 2M 측의 제안으로 시작된 가입 논의가 6개월만에 사실상 마무리된 것이다.
현대상선은 2M에 회원사들과 동등한 지위의 파트너로서 합류하는 대신 선복교환ㆍ선박공동사용 등 제한적인 수준의 협력관계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당초 머스크와 MSC가 체결한 선박공유협정(VSA)에 3번째 회원사로 합류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최종 협상에서 이 VSA 체결은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세계 1,2위 선사인 머스크·MSC와 협력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절반의 승리'라고 자평하겠지만, 선복교환·선복공동사용 형태에 그치는 기본적인 협력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나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상선의 2M 가입의 발목을 잡은 것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결정적이었다. 당초 2M은 현대상선을 가입시켜 상대적으로 취약한 아시아~미주노선의 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이었으나,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좌초되면서 시장경쟁 상황이 급변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2M이 아시아~미주노선 점유율을 스스로 확대할 수 있게 되면서 굳이 현대상선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게다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한국 해운사에 대한 화주들의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2M이 현대상선을 동등한 파트너로 받아들이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는 2M 동맹의 고위 임원의 발언을 인용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이후 화주들이 또 다른 한국 선사인 현대상선이 우리 동맹에 합류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0월말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현대상선을 국내 최대, 세계 5위의 해운사로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선박 신조 지원 프로그램, 선박금융펀드 지원 등으로 현대상선의 덩치를 키우고 해외 터미널과 영업망을 확보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미주~아시아 노선 영업권과 미국 롱비치터미널 인수 등 한진해운 자산 매각 과정과 2M 가입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정부는 보이지 않았다. 현대상선의 2M 가입 불발이 확정되면 정부 주도의 해운 구조조정이 물거품이 됐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태 특성상 원양 컨테이너 선사가 해운동맹에 정상적으로 합류하지 못하면 업황악화 속 원가 절감 등 영업력을 키우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현대상선이 글로벌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된다"고 우려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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