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3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지만 분노한 촛불민심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에는 여전히 입을 닫은 채, 사퇴 결정권마저 국회로 떠넘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30일 '총파업-시민불복종의 날'과 다음달 3일 촛불집회에는 대통령의 즉각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6시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평일 촛불집회를 연다. 5차에 걸친 주말집회에 총 400만명이 넘는 시민이 모였지만 청와대에서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더욱 강력한 투쟁을 이어나가겠다는 취지다.
앞서 오후 3시에는 서울시청광장에서 민주노총의 총파업대회가 열린다. 민주노총은 이날 전국에서 노동자 35만명이 참여하는 정치총파업을 실시하고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집회 및 행진을 진행한다. 수도권 대회에는 약 2만명의 조합원이 참석하며, 오후 4시부터는 미르ㆍK스포츠 재단에 자금을 댄 주요 대기업 본사 앞으로 행진을 한다. 이후 오후 6시에는 광화문광장으로 집결해 촛불집회에 힘을 보탠다.
남정수 퇴진행동 공동대변인(민주노총 대변인)은 "대통령의 담화는 국민을 기만하고 농락한 담화였다"며 "국민들은 다 알고 있는데 박 대통령 본인만 모르고 있다. 이제 거리와 광장으로 직접 나와서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즉각 하야를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동자 외에도 농민, 빈민, 중소상인, 대학생 등 역시 담화문 발표 이후 대통령 즉각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더욱 높이기로 했다. 대학생들은 이날 서울대학교 동맹휴업을 시작으로 다음달 1일 인천대, 인하대, 경인교대, 부산대 등이 동맹휴업에 돌입한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전국 각 지역별 농민회가 총파업대회를 열고 이장을 포함한 농민들은 시민불복종운동에 동참한다. 전국의 노점상 2~3만명도 이날 하루 장사를 접은 채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다.
이날 오후 8시부터 진행되는 행진은 세종대로 사거리부터 청와대와 200m 떨어진 신교동 교차로까지 이어진다. 주최측은 당초 2만명 정도 참여한다고 신고했지만 전날 대통령 담화에 따라 시민들의 참여가 더욱 늘어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경찰에서는 행진신고에 금지통고를 할 가능성이 높다. 퇴진행동 측은 "경찰이 금지통고 시한을 꽉 채워 집회 직전 통고할 것으로 예상돼 법원 가처분 신청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다음달 3일 열릴 계획이었던 6차 범국민 촛불집회는 명칭을 '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로 변경하고 서울을 포함한 전국 각지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이날은 법이 허용하는 청와대 100m 인근까지 행진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박진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은 "3차 담화문의 특징은 다시 한 번 국민을 상대로 남 탓만 하며 국민의 분노를 더 커지게 한 계기가 됐다는 것"이라며 "지금부터는 모든 시민사회단체나 광장에 나왔던 시민들이 힘을 합쳐 즉각퇴진에 더 강력한 요구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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