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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가 63억…김환기 그림엔 묘한 '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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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품 최고가 1-5위 휩쓴 마력…그대에겐 그리운 돈이 보이는가, 그리운 점이 보이는가


경매가 63억…김환기 그림엔 묘한 '점'이 있다 Untitled 12-V-70 #172, 1970, 코튼에_유채(Oil on Cotton), 236x17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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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작가] “서울을 생각하며, 오만가지 생각하며 찍어가는 점... 내가 그리는 선, 하늘 끝에 더 갔을까. 내가 찍은 점, 저 총총히 빛나는 별만큼이나 했을까...”

세계 미술의 중심 뉴욕에서 노작가는 고민을 거듭했다. 어쩌면 고민보다 그리움이 짙었을 그 감정의 점도(粘度)는 캔버스 위 무수한 점(點)으로 퍼져나가 그만의 추상을 구현했지만, 그 마음의 중심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메시지가 녹아있었다.



김환기의 적수는 김환기뿐

지난 27일(현지시각) 홍콩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개최된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그의 노란색 대형 전면점화인 '12-V-70 #172'가 63억2,626만 원에 낙찰되며 또 한 번 한국 미술품 최고 판매가 기록을 경신했다. 생전에도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작가로 활동한 김환기의 작품은 최근 홍콩 경매를 통해 출품과 동시에 최고가를 경신하며 한국 작가 작품 중 최고가 1~5위가 모두 그의 대형 전면점화로 기록됐다.


1956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인전을 가진 것을 시작으로 1963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진출 후 줄곧 해외 활동을 모색했던 김환기의 작품활동을 당시 고국에서는, 그리고 오늘날까지 우리는 부유한 환경 속에서 이뤄졌다 오인해왔다. 최고가를 기록한 작품에 매겨진 현재의 천문학적 금액은 정작 작품을 그려낸 김환기와는 무관하다. 부유한 만석꾼의 자제였던 것은 맞으나 그는 상속재산을 한국전쟁 전에 소진했다.



경매가 63억…김환기 그림엔 묘한 '점'이 있다 뉴욕으로 떠나던 당시 김환기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학장직도 내려놓고 세계 무대에서 객관적으로 평가받기 위한 도전정신으로 충만해있었다. 1974년 뇌출혈로 숨을 거두기 전까지 그는 11년 간을 뉴욕에서 전에 없던 역경과 고난, 가난과 고독을 딛고 캔버스 위에 점을 찍기 시작했다.


뜻밖의 생활고


만석의 땅을 경영할 재능 대신 화폭을 경영하는 재능을 가졌던 그의 불같은 열정 앞에 막대한 유산은 녹아내려 사라져 버렸고, 휴전 후 교수로 활동하는 중에도 그는 경제적으로 풍족한 적이 없었다. 국내에서 사정이 이랬을진대, 타향에서의 삶은 여북했을까. 수필가이기도 한 부인 김향안 여사의 에세이 ‘월하의 마음’에서는 1960년대 초 미국 뉴욕 활동 당시 남편의 작품활동을 도우려 자신은 낮에 백화점 점원으로 일하며 생계를 책임졌던 시절의 일화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움의 점이 모여


전라도 외딴 섬의 감수성 예민한 소년이 현해탄 건너의 도쿄, 생경한 도시 파리, 환대의 연속이었던 상파울루를 거쳐 고독한 도시 뉴욕에서 어느새 노작가가 되어 거대한 캔버스 위에 그리운 고국, 그리운 사람, 그리운 풍경, 그리운... 그 수많은 그리움을 점으로 찍어 전면점화를 만들어냈다.


“선이냐 점이냐, 나는 점이 더 개성 있는 거 같아” 그는 도쿄유학 초기의 기하학적 추상에서 동양적 관조를 머금은 반추상의 경향을 보이다 이내 뉴욕에서는 온전한 자신만의 ‘옵티컬’한 색면구상 사조를 만들었고, 보다 개성 있는 ‘점’을 통해 자신의 화법을 개척해나갔다.



경매가 63억…김환기 그림엔 묘한 '점'이 있다 서로를 너무도 아꼈던 부부지만, 김환기를 위해 김향안은 파리로는 1년 먼저 떠나 미술사와 회화거래의 기초를 배웠고, 뉴욕에서는 생활비를 책임지려 백화점 점원으로 출근하며 그를 헌신적으로 내조했다. 김환기 사후에는 그의 작품세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많은 이들이 그의 작품을 볼 수 있게 미술관을 건립하는 것으로 남편이자 동료였으며 작가였던 김환기를 세상에 돌려주고 떠났다.


김환기의 작품이 유독 동시대 작가인 이중섭, 박수근과 달리 위작시비가 없는 까닭은 그의 생전에도 그러했으나, 사후에 헌신적으로 대표작을 모으고, 도록을 정리해 작가의 활동이력을 투명히 확인할 수 있게 한 아내 김향안의 숨은 노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수십억을 호가하는 그의 작품들이 경매 고공행진을 하는 와중에도 고즈넉한 부암동 환기미술관을 찾으면 언제든 그의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는 작가 역시 김환기이다. 홍콩 부호의 아취에서부터 평범한 직장인의 범속한 취향까지 사로잡고 위로하는 작품의 이면엔 끊임없이 도전하고 캔버스 앞 자신과 겨루기를 저어하지 않았던 작가의 예술혼이 오롯이 녹아있다. 그의 작품에 매겨진 가격으로 줄 세우기를 쉬지 않고 안주거리 삼는 오늘날 우리의 요란함에 김향안 여사의 정아(精雅)한 조언은 절로 마음에 와 닿는다.



“예술은 다이아몬드나 금덩어리가 아니다. 다이아몬드나 금은 소유한 사람의 가치와 상관없이 그 가치를 발휘하지만 예술은, 예술작품을 소유하는 사람의 가치 기준에 따라서 가치가 변한다. 누가 한 폭의 그림을 얼마만큼의 금덩어리에 해당하는 돈을 지불해 샀다고 해서 그것을 궤짝에 넣어 골방에 넣어두고 있다고 한다면, 그 그림은 가치를 상실하고 죽어버릴 것이다. 그림은 사람하고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먼지를 쏘이며 생명체처럼 살아갈 때 비로소 광채를 발휘한다.”







김희윤 작가 film4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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