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불빛이 나를 친다, 환하게
너도 모르게 나도 모르게
뜨거운 숨이 겨울 아스팔트 위에 쏟아진다
밤을 데우지도 못할 숨이
타이어가 헐떡이는 숨을 밟고 지나간다, 순식간에
나도 모르게 너도 모르게
수많은 불빛이 나를 비켜 간다
수많은 무심이 나를 밟고 간다
누가 섬뜩하고 위험한 나의 육체를 좀 치워 줘요
나는 당신들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있죠
모르는 일 때문에
아는 일도 몰라야 할지도 몰라요
달리는 차와 맑은 눈빛은
갑자기 멈출 수 없어요
몰랐던 일로
우리는 서로에게 나빴을 뿐
■ 로드킬에 대해 적은 시다. 누가 알았겠는가. 다만 "맑은 눈빛"을 앞에 두고도 멈출 수가 없었을 뿐, 멈출 수가 없어서 그냥 내처 달렸을 뿐, 내가 달리고 나를 뒤따라 당신이 달리고 또 다른 우리가 달렸을 뿐, 그랬을 뿐. "몰랐던 일로/우리는 서로에게 나빴을 뿐". 그러나 정말 그러한가. 정말 멈출 수가 없었는가. 아니 그 이전에 우리는 이곳에 꼭 도로를 놓아야 했을까. 고라니가, 산토끼가, 삵이, 누룩뱀이, 어치와 부엉이가 뛰어다니고 기어다니고 날아다니는 이곳에, 바로 이곳에 저 무시무시한 도로를 기어이 놓아야 했을까.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아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볼멘소리를 한다면, 당신은 여지없는 공범이다. 당신은 좀 더 빠르게 좀 더 편안하게 이동하기 위해 저 자연쯤이야 저 고라니쯤이야 죽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이미 동의한 것이다. "섬뜩하고 위험한" "육체"는 로드킬을 당한 저 동물이 아니라 바로 우리 인간이다.
채상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