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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미리 쓴 유서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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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미리 쓴 유서를 듣는다 레너드 코언의 유작이 된 앨범 '더 어두워지길 바래(You Want It Darker)'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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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가수가 선정돼 논란을 일으켰다. 만약에 그 수상자 명단에 밥 딜런이 아닌 다른 가수의 이름을 써넣는다면 단 하나의 이름만이 가능할 것이다. 미국에 밥 딜런이 있다면 캐나다에는 레너드 코언이 있다. (딜런이 선약이 있어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연락을 전해왔을 때 한림원은 차라리 레너드 코언에게 상을 줄 걸 그랬다며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딜런이 1990년대부터 노벨 문학상 후보로 계속 거론되자 캐나다 사람들은 2000년대 중반 코언의 노벨 문학상 수상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노벨상만큼 유명한 상은 아니지만 코언은 딜런과 함께 스페인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알려진 ‘아스투리아스 왕세자상’을 수상했다. 딜런이 2007년에 받았고 코언은 2011년에 수상했다.


2012년 국제문인단체 펜(PEN)은 ‘노랫말 문학상’을 신설하고 첫 대상자로 코언을 선정하기도 했다. (그냥 막 주는 상이 아니다. 심사위원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다. 소설가 살만 루슈디, ‘뉴요커’지 편집자이자 시인 폴 멀둔, 폴 사이먼, U2의 보노 등등)

1934년 몬트리올에서 태어난 코언은 1966년 ‘아름다운 패자들’을 써서 소설가로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시와 소설을 번갈아 쓰던 그가 싱어송라이터로 알려지게 된 것은 소설가로 데뷔한 이듬해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에 출연하면서부터였다. 그리고 같은 해 ‘레너드 코언의 노래들’이라는 앨범으로 데뷔했다. 이후 코언 특유의 시적인 가사와 세상의 심연에서 길어 올린듯한 목소리로 50년 가까이 노래했다.


그의 음악은 본인이 불러서 유명해진 곡도 많지만 그를 추종하는 다른 음악인들이 앞다투어 리메이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코언이 데뷔하자마자 주디 콜린스는 아름다운 가사에 반해 ‘수잔’을 다시 불렀다. 멜 깁슨과 골디 혼이 주연한 영화로 잘 알려진 ‘전선 위의 참새’는 팀 하딘, 에런 네빌이 리메이크했다. 노래를 부른다기보다 읊조림에 가까운 스타일의 코언을 탁월한 가창력으로 보필했던 제니퍼 원스는 ‘유명한 블루레인코트’를 앨범 타이틀로 발표했으며, 요절한 천재 제프 버클리는 데뷔작이자 유작인 ‘그레이스’ 앨범에서, 루퍼스 웨인라이트는 영화 ‘슈렉’의 사운드트랙으로 ‘할렐루야’를 재해석 했다. 국내에서는 포크 가수 윤설하가 ‘사랑의 끝까지 나를 춤춰’를 ‘벙어리 바이올린’으로 번안해 불렀다.


코언은 반세기 동안 활동했지만 한 번도 어떤 사조나 유행에 속한 적이 없었다. 그는 빌보드 싱글차트와는 인연이 적었지만 많은 영미 뮤지션들이 스승으로 존경할 만큼 커다란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특히 사색적인 그의 노랫말은 시적이라기보다는 그냥 시다.


사회 속에서의 고독, 타인에 대한 연민, 좌절과 헌신에 대한 메시지를 낮은 톤으로 말을 걸어오듯 들려주었던 현자가 세상을 떠났다. 지난 10월, 그러니까 타계하기 불과 한 달 전 새 앨범 ‘더 어두워지기를 바래’를 발표해 변함없는 그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코언이 미리 써놓은 유서처럼 들린다.


열흘 전 쏟아지는 외신 속에서 그의 부음을 접했다. 그 순간 코언이 아내에게 썼다는 편지가 떠올랐다. 그는 작년 7월 사랑하는 아내 마리안느 일렌이 세상을 떠나자 자신도 곧 따라가겠다고 편지를 썼다. “나는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 너무 힘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이 정도이다.” 그저 담담하게 한줄 남기고 그는 1년 후 사랑하는 아내 곁으로 떠났다.


굿바이, 레너드 코언 (1934년 9월 21일 ~ 2016년 11월 10일)


임훈구 편집부장 stoo4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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