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 개막…홍경민 최승열 이정열 임진웅 등 출연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은 1980년대 인기 그룹 '동물원'과 고 김광석의 노래와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지난해 초연에 이어 올해는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로 무대를 옮겨 재공연에 들어갔다. 박경찬 연출은 "큰 무대로 옮겼고, 시대적 상황에 맞는 소재를 곳곳에 넣었다"고 말했다.
17일 한전아트센터에서 가진 프레스콜에서 '동물원'의 멤버이자 음악감독을 맡은 박기영은 "김광석의 노래를 다룬 뮤지컬이 기존에도 몇 편 있기 때문에 처음 공연을 맡았을 때는 '얼마나 더 새로운 게 있을까' 생각했다"며 "연습에 참여하면서 여러 장면들을 보니 옛 생각도 나고 기분이 묘하다"고 했다.
작품은 1988년 고 김광석과 밴드 동물원의 첫 만남을 배경으로 한다. 어린 시절부터 동고동락한 이들이 함께 음악을 하면서 겪었던 실제 에피소드가 극에 녹아 들어가 있다. 그룹 동물원의 오랜 멤버 '창기'가 가장 친한 친구의 기일을 맞아 연습실을 찾아 옛날을 회상하면서 무대가 시작된다. '동물원'이라는 밴드를 만들어 노래를 녹음했던 그 시절, 데뷔 앨범의 성공으로 가수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되지만 곧 음악활동에 대한 입장 차로 멤버들 간에 갈등이 생긴다.
박기영 감독은 "'동물원'을 하면서 밝고 즐거웠던 기억도 있지만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상처도 생각나 불편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도 모르게 그런 상처들과 대면하면서 치유가 됐다"고 했다. 이 작품을 위해 박 감독은 '그와 그녀'란 곡을 직접 만들어 선보였다. 그는 "주인공들이 사랑하는 장면이 있다. '동물원' 노래들은 일상의 소소한 단면들을 스케치하다 보니 그 장면과 딱 맞아떨어지는 노래를 찾기 어려워 아예 새로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잊혀지는 것', '혜화동', '말하지 못한 내 사랑', '변해가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거리에서', '내가 필요한 거야', '나무' 등 '동물원'과 김광석의 주옥같은 노래들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게 강점이다. '그 친구' 역을 맡은 홍경민은 "동물원 노래를 많이 듣고 불렀던 세대다. '일어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등의 노래를 즐겨 불렀다"고 했다. 또 jtbc 히든싱어 '김광석' 편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최승열도 '그 친구'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그는 "김광석 선배님의 열렬한 팬이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에는 동물원 앨범에 매료돼있었다"고 했다.
박경찬 연출은 "김광석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 많은데, 우리 작품은 김광석이 아니라 김광석을 그리워하며 남은 이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박기영 음악감독은 "실제 인물과 비슷하게 연주하거나 노래하기를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배우들이 120%의 싱크로율을 가지고 연기했다"며 "원래 동물원이나 김광석이 가지고 있는 원작의 색깔을 지키면서도 지금 시대에 맞게 촌스럽지 않게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시간이 흘러도 동물원의 음악이 생명력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묻자 박 감독은 "1집을 발표했을 때 언론에서 '회색빛 도시의 서정을 노래했다'고 하는 평이 있었다. 우리는 가사가 미학적으로 뛰어난 것도 아니고 음악성이 훌륭한 것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일상이 노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우리들의 삶도 노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동물원'이 보여줬다"고 했다. 공연은 1월22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서 진행된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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