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분당 위기에 놓인 새누리당 비주류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비주류를 대표하는 공동 지도부가 확정되고 '한 지붕 두 살림' 체제가 들어서면서 "아예 탈당해 제3지대로 가자"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이상기류는 15일 비주류 중심의 '비상시국위원회'가 공동대표 12명을 선임하면서 표면화됐다. 친박(친박근혜)의 최고위원회의와 비박(비박근혜)의 비상시국위원회가 사상 초유의 집권여당 내 두 지도부 체제를 형성하면서 이제는 당의 붕괴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물밑에선 중립성향의 중진 의원들이 모여 친박 지도부 사퇴와 재창당을 논의하는 것 외에 '플랜B'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 지도부가 버티면서 '시간 끌기'에 나서자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진 새누리당을 버리고 아예 중립 성향의 제3지대 세력과 헤쳐 모여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중도성향의 여당 의원들이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잇따라 모임을 갖고 정국 해법을 논의해 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고리는 개헌이다. 김무성 전 대표는 "정치는 생물이다. 이 상황이 어떤 방향으로 정치 흐름을 바꿀지 아무도 모른다"고 운을 뗐다. 정가 안팎에선 탈당을 겨냥한 발언이란 해석이 나왔다.
여당 비례대표 의원들도 친박ㆍ비박의 당권 다툼에 깊은 고민에 빠졌다. 친박 지도부가 사퇴하지 않은 상태에서 분당 사태를 겪으면 자칫 의원직을 상실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바뀐 단순 개명과 달리, 전면적 당 해체와 재창당 과정에선 앞선 정당의 적통을 이어받지 못할 경우, 비례대표는 소속 정당을 탈당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런 가운데 비주류 대권 주자들은 활발한 강연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당 분란을 벗어나 본격적인 인지도 높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각자도생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무성 전 대표의 보좌진은 지난 15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카카오톡에 단체방을 꾸리고 본격적인 일정 홍보에 나섰다. 이 방에는 이틀 만에 100명 가까운 기자들이 몰렸다. 김 전 대표는 16일 '트럼프 시대의 한미관계'를 조망하는 조찬 세미나와 '제4차 산업혁명'을 다룬 대학 강연으로 강행군을 이어갔다.
유승민 의원은 아예 16~18일 사흘간 특강을 이어간다. '민주공화국과 사회적경제'를 주제로 대구가톨릭대에서 특강(16일)을 갖고, 다시 '경제위기 극복과 혁신성장'을 놓고 경영자 조찬회(17일) 연단에 오른다. 또 서초포럼 조찬 특강(18일)에선 안보ㆍ경제위기 극복 방안을 다룬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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