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촛불ㆍ특검 정국에서 '잊힌 인물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막말'로 여론의 역풍을 맞았던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와 국정원 대선 여론조작 사건 수사를 이끌다 옷을 벗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주인공이다. 4년 전 박 대통령 취임식 날 "환관정치가 판을 칠 것"이라고 예언했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도 누리꾼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들에 대한 관심은 '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단면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 現정부서 통진당 해산 악연=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은 '박근혜 저격수'로 불린 이 전 대표다.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재평가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존재감을 부각시킨 건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장에서 찍힌 사진 한 장이었다. 자주색 상의를 걸친 이 전 대표가 환하게 웃는 모습이 담겼다. 이 사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확산됐다.
누리꾼들은 아예 '최순실 특검' 후보로 이 전 대표를 언급했다. "복수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통진당은 박근혜 정권 들어 이적단체로 규정돼 해산됐다. 이 전 대표도 정치 생명에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이번 특검법안은 당적을 가졌던 경우 특검 또는 특검보 임명의 결격 사유로 규정해 임명이 불가능하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 TV토론에서 박 대통령을 '주적'으로 삼아 입담을 과시했다. "박근혜를 떨어뜨리러 왔다" "측근 비리가 드러나면 대통령직을 사퇴하라"고 발언했다. 또 "친인척을 국정운영에서 완전히 배제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며 측근들의 국정농단을 예언했다.
◆채 “특검 제의오면 기피않겠다”= '혼외자' 논란으로 밀려났던 채 전 검찰총장도 재조명받고 있다. 최근 한 인터넷 방송을 통해 3년여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국회에서 '채 전 총장을 (특검으로) 추천할 것이냐'는 질문에 "국민적 요구가 있어 검토해 볼 만하다"는 긍정적 답변을 내놓았다.
채 전 총장도 이와 관련, 방송 인터뷰에서 "특검 제의가 오면 물러서거나 피하지 않겠다"며 수락 의사를 밝혔다. 그는 "정의를 세워야 할 검찰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킨 이 정권의 업보"라고 말했다.
박근혜정부 초기 검찰총장에 임명됐던 채 전 총장은 대선 당시 국정원 댓글 여론조작 사건 수사를 맡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기소했지만 석 달 만에 갑자기 '혼외자 의혹'이 터지면서 사임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 개입설이 끊이지 않았다.
◆유, 朴대통령 취임식 날 독설 화제= 작가로 전업한 유 전 장관의 4년 전 발언도 화제가 되고 있다. 유 전 장관은 2012년 박 대통령 취임식 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리가 어두운 박근혜씨가 대통령이 되면 환관정치가 판을 칠 것"이라고 독설을 내뱉었다. 또 "무섭고 걱정된다. 박 대통령 주변의 권력을 지닌 자들이 정치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들은 최근 SNS를 타고 '예언글'이란 이름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