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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팔고 커피 팔고 햄버거 배달까지…콧대 꺾인 특급호텔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3초

청탁금지법 이후, 고가정책 깨져…1만원짜리 도시락도 등장
호텔 자주 이용하는 VIP고객은 "격 떨어진다" 불만


도시락 팔고 커피 팔고 햄버거 배달까지…콧대 꺾인 특급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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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직장인 선모(35)씨는 소공동 롯데백화점 지하 1층 식품관에서 롯데호텔 유니폼을 입은 지배인이 소리 높여 호객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통상 유명빵집이 행사 차 사용하던 코너 자리에서 호텔 메뉴라면서 1만원에 깐풍기, 튀김덮밥 등을 판매하고 있던 것. 선씨는 "'가격은 비싸도 호텔서만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호텔을 이용했는데 이곳에서는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일회용 용기에 메뉴를 팔고 있었다"면서 "호텔의 비싼 값에는 그만큼의 '희소성'이 포함됐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 가치가 떨어진 것 같다"고 꼬집었다.

경기불황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 맛집 등장 등으로 특급호텔들의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면서 기존 고가 위주의 가격정책, 형식 등이 허물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호텔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다며 반기는 분위기지만 일부 호텔 VIP고객들은 '희소성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5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롯데호텔서울은 지난달부터 롯데백화점 본점서 한시적으로 호텔 대표 레스토랑인 모모야마, 페닌슐라, 도림, 델리카한스의 마스터 셰프들이 만든 메뉴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페닌슐라의 점심은 9만8000원, 저녁은 15만원대다. 가격대가 높고 코스이다보니 20~30대 젊은 층 유입은 한계가 있는 게 사실. 이에 잠재적 고객유입과 호텔홍보 차원에서 이같은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정식으로 판매되는 라자냐는 3만5000원이지만 이곳서는 1만원대이며 중식당, 일식당서 파는 메뉴도 모두 1만원대에 판매 중이다.

JW메리어트동대문은 최근 버거ㆍ프렌치프라이ㆍ음료ㆍ셰이크로 구성된 '비엘티(BLT) 스테이크' 햄버거 세트를 배달판매 하고 있다. 가격은 2만원으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일반 수제버거와 비슷하다. 출시된 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매일 30~40개씩 판매되고 있다. 예상보다 호응이 좋아 배달 반경을 기존 5Km에서 더욱 늘리는 등 배달을 강화할 방침이다.


JW메리어트동대문 담당자는 "객실처럼 가격대가 높은 것은 아니지만 호텔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시도"라고 평가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은 최근 테이크아웃 '모닝세트'를 내놨다. 당일 호텔 파티시에가 직접 만든 크로와상, 데니쉬, 크로켓, 츄러스, 베이글 등 베이커리와 프리미엄 원두를 사용한 커피로 구성, 특1급 호텔서 판매하는 모닝세트임에도 가격은 일반 커피전문점 세트가격과 비슷한 6000원에 불과하다.


청탁금지법으로 1만원짜리 도시락을 내놓은 곳들도 있다. 세종호텔은 청탁금지법 이후 1만~2만7000원짜리 도시락을 재구성해 출시, 10월 판매한 이후 지금까지 2400개가 판매됐다. 첫 달에만 1800개가 판매됐으며 이달에는 11일 기준, 600개가 판매됐다. 당초 월 100~200개 가량 판매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대를 훨씬 웃돌고 있다는 게 호텔 측 설명이다.


그러나 이같은 호텔들의 가격 단가 내리기 경쟁은 호텔을 자주 이용하는 VIP고객들에게는 달갑지만은 않다. 온라인 호텔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는 특급호텔들의 가격인하 트렌드로 서비스의 질 하락 등을 우려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와있다.


한 소비자는 "품격 서비스와 고품질 음식 때문에 비싼 돈 내고 호텔에 가는데 백화점 식품행사장이나 배달에서 같은 음식을 판매한다면 누가 비싼돈 내고 호텔을 갈까 싶다"고 지적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충성도 있는 고객도 중요하지만 호텔로서는 기존 고객 외 새로운 고객을 창출해야하는 측면도 있다"면서 "이분법적으로 생각할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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