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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한미FTA 재협상 대책 골몰…자동차 0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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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이뤄질 경우 '0순위'는 자동차 산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허정지로 인해 자동차산업에서 우리가 입게 될 수출손실만 133억달러(한국경제연구원)에 달할 전망이다. 미국은 기존 FTA를 무효화하거나 틀을 통째로 바꾸기보다, 추가적인 관세인상 등을 통해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재교섭할 가능성이 크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한미 FTA는 어느 한 국가가 협정종료를 희망한다는 내용을 서면 통보할 경우 이날로부터 180일 내 종료된다고 규정돼 있다. 한미 FTA 협정문 24조와 24.5조를 보면 협정 종료에 대한 협의 가능성이 보장돼 있으나, 우리측이 재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미국에서 일방적으로 FTA 종료가 가능하다.

그간 도날드 트럼프 당선자가 수차례 기존 한미 FTA 협정에 대해 "미국 내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job killing trade deal)"이라며 원점 재검토를 주장해온 점을 감안할 때 우려되는 대목이다. 트럼프 인수위는 구체적 시점을 못 박지는 않았으나, 한미 FTA에 대한 재협상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기존의 큰 틀을 무너뜨리지 않는 수준에서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FTA 재협상을 요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실적인 시나리오로는 먼저 추가적인 관세인상이 예상된다.

분야별로는 자동차가 최우선 순위다. 한미 FTA 이후 한국의 승용차 무역흑자는 2011년 83억달러에서 2015년 163억달러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해 온 트럼프는 자동차, 철강 등 미국 제조업을 주도하다 지금은 쇠퇴한 '러스트벨트' 지역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제조업 부활을 위한 공약이 대부분 이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측이 법률시장 개방 등에 대해 추가적으로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또 제약업계, 자동차업계 등 로비가 강한 업계를 중심으로 재협상 시 새로운 요구사항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미국이 FTA 재협상이 아닌 양자 협정 등의 형태로 중장기적 개정을 요구하더라도, 우리측이 거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FTA 재협상으로 양허정지가 이뤄질 경우 2017∼2021년 5년간 총 수출손실은 269억달러, 일자리 손실은 24만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산업별로는 자동차 산업의 손실액이 133억달러에 달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이어 기계 47억달러, 정보통신기술(ICT)30억달러, 석유화학 18억달러, 철강 12억달러, 가전 11억달러 등이다.


정부는 이제서야 '트럼프 시대'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대미통상협의회를 구성한 데 이어, 14일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재협상에 대비한 대응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간 미국 대선 과정에서 한미 FTA, 관세인상 등이 수차례 거론됐던 점을 감안할 때 '늑장대응'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트럼프 당선 이후 정부가 밝혀온 대응책은 "한미 FTA로 인한 무역증가 등 긍정적인 면을 미국측에 알리겠다. 모니터링하겠다"는 수준에 그친다.


직접적인 교역 외에 중국, 멕시코 등을 통한 수출 등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국 수입품에 45%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이 발생할 경우 대중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는 "한미 FTA 전면 재협상에 들어갈 경우 양허정지 또는 협정 적용이 전면 중단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산업별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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