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성회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전장전문기업 하만을 전격 인수했다는 소식에 증권가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 자동차와 IT를 융합해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자동차) 시장에 적극 진출 의지를 보임과 동시에, 향후에도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14일 이사회에서 커넥티드 카와 오디오 전문기업인 하만 인수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인수 총액은 80억달러로(약 9조3500억원),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다.
전문가들은 우선 삼성전자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는 운전에 필요한 정보와 즐길거리의 합성어로, 차량 내 오디오, 비디오, 내비게이션 등을 일컫는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자율주행과 인포테인먼트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었다”며 “이번 하만 인수로 인포테인먼트 분야는 단숨에 시장 1위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특히 반도체 부문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및 커넥티드 카를 위한 차량용 반도체 사업 확대가 전망된다”며 “IM부문은 스마트폰 및 스마트워치와 하만의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기술을 연동해 스마트 기기 간 연결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만이 오디오로 명성을 쌓은 회사지만, 이처럼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는 커넥티드 카 시장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전반적이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하만은 오디오보다 커넥티드 카가 매출 비중이 더 큰 회사”라며 “하만의 3대 고객은 BMW, 피아트 크라이슬러, 폭스바겐으로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권 연구원은 이어 “삼성전자가 전장사업팀을 신설했음에도 보수적인 자동차 고객을 새로 확보하기 힘들었는데, 하만을 활용해 고객 접점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전기차나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자동차 내 IT 활용도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IT 메이저 기업들의 시장 진입도 가속화될 것”이라면서 “삼성전자와 같은 대형 IT 업체들이 진입하면서 기계 및 하드웨어의 부가가치가 감소하는 대신 IT 및 소프트웨어로 부가가치가 이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앞으로 적극적인 M&A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1990년대 중반 미국 PC업체 AST 인수한 것이 실패로 끝나면서 삼성전자가 한동안 비교적 규모가 작은 M&A만을 진행해왔었기 때문에, 이번 하만 인수가 큰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최근 몇 년간 미국 삼성GIC를 중심으로 작은 규모의 M&A를 적극적으로 진행해오면서 ‘메가딜’의 가능성을 높여왔다”며 “과거 실패 경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고, 향후 M&A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 개연성도 높아졌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하만이 JBL, AKG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확보한 오디오 전문 업체인 만큼, 향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및 가전제품에 하만의 음향 기술이 접목시킬 것이라는 예상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의 고급화와 차별화가 가능해지고, TV에서도 해당 기술이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록호 연구원은 “스마트폰의 고급화로 안드로이드 진영 안에서 확실한 경쟁우위를 확보할 것”이라며 “TV부문에서도 홈씨어터 등 고급화 전략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권성회 기자 stree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