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 CEO를 만나다-70.조현종 샤뽀 대표…독특한 디자인, 연매출 50억 성장
"영화 '암살' 속 배우 전지현이 쓴 모자가 바로 '샤뽀' 작품이죠."
패션모자 기업 샤뽀의 조현종 대표의 말이다. 조 대표는 샤뽀의 모자를 '작품'으로 표현했다. 그는 "제품이 아니라 작품을, 가격이 아니라 가치를 판다는 생각으로 샤뽀를 운영하고 있다"라고 했다.
샤뽀는 조 대표와 조 대표의 아내이자 샤뽀 디자이너실장인 셜리 천의 '작품'이다. 천 실장은 프랑스 파리의 모자 디자인전문학교인 'C.M.T'의 아시아 최초 졸업생이다. 모자를 만드는 장인을 이르는 '모디스트(modiste)' 칭호도 받았다.
조 대표는 "1990년대 후반 외국계 회사를 다니면서 미국으로 이주할 기회가 있었지만 샤뽀를 창업했다"며 "당시 모자 디자이너를 하고 있던 아내를 지지했고, 시장도 희망적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지난 1999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4평(약 13.2㎡) 짜리 샤뽀 매장을 열었다.
조 대표는 "당시에는 삼청동이 서울에서 임대료가 가장 싼 곳 중 하나였다"며 "유동인구는 적었지만 소규모 공방들이 많았고, 개성있고 독특한 제품을 쫓던 이들에게 입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샤뽀는 독특한 모자 디자인을 인정받아 롯데ㆍ신세계 백화점과 호텔ㆍ골프장 등에 입점하며 승승장구했다. 창업 첫해 매출 1억원을 기록했던 샤뽀는 10여년간 매년 20~30%씩 성장했다. 현재 연간 매출은 50억원 수준이다.
지난 2008년 5월에는 일본진출에도 성공했다. 세계 최고급 호텔로 평가 받는 도쿄제국호텔에 매장을 연 것이다.
조 대표는 "일본 왕족들도 샤뽀의 모자를 쓰고 있다"며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디자인이라는 본연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산업진흥원의 인가를 받은 모자 디자인연구소도 운영하고 있다. 셜리 천 디자인실장이 총괄을 하고 있고 연구원 4명이 있다. 이들의 협업을 통해 샤뽀의 모자 디자인이 탄생한다. 2014년 1월 국내 최초로 모자 패션쇼를 개최한 이후 시즌마다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는 모자 패션쇼를 열고 있다.
조 대표는 "디자인 연구ㆍ전담팀은 샤뽀의 핵심역량"이라며 "앞으로도 회사 규모를 키우기보다 디자인 연구개발에 매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모자 박물관'도 열었다. 2010년 전북 전주에 4층ㆍ 347㎡(105평) 규모의 아시아 최초 모자박물관을 설립했다. 전통모자와 현대모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자를 접할 수 있다. 갓ㆍ유건ㆍ패랭이 등 선조들이 썼던 모자의 의미와 이야기들도 담았다.
조 대표는 "모자에 대한 의미를 분명히 세워야 한국 모자산업이 커지고 샤뽀도 사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영안모자, 다다실업 등 세계적으로 한국 모자 산업은 인정 받고 있다"며 "단순히 '싸게, 잘 만들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인에게는 모자에 대한 철학과 DNA가 분명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대표는 점점 늘어나는 실버인구가 샤뽀의 새로운 소비자가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어르신들에게 모자는 개성과 멋을 상징하는 의미"라며 "샤뽀의 주고객층도 중장년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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