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정치권 지도자들이 앞다퉈 원로들을 찾아 '최순실 게이트' 해법 찾기에 나서고 있다. 원로를 만나는 것은 시중 여론을 청취하고 조언을 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또한 정치의 연장선임을 감안할 때, 만나는 사람과 조언을 살펴보면 정치 지도자들이 현재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속내를 엿볼 수 있다.
7일 정치권의 지도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원로들을 만나 최순실 게이트 여론수렴에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로 염수정 추기경을 초청해 의견을 나눈 데 이어 오후에는 개신교 원로인 김장환ㆍ김삼환 목사와 간담회를 가졌다. 박 대통령이 종교계, 특히 기독교 계열의 지도자들을 만난 것은 '오해 불식'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추측은 박 대통령이 이날 만남에서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등 사이비 종교 관련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한 것에서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사태와 관련 무속신앙에 기대어 국정을 운영했다는 세간의 풍문에 시달려 왔다. 종교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이를 적극적으로 잠재우고 여론을 달래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 같은 행보의 일환으로 9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만나 국정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듣는 등 종교계 원로들과의 만남을 계속 이어 나갈 예정이다.
최순실 사태로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급락하자 차기 대권주자 1위로 올라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굳히기'에 방점을 찍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등 사회 각층의 원로를 만나 조언을 구했다. 원로들은 이 자리에서 "국민 감정으론 하야가 맞지만 성급한 얘기"라며 대권주자에 맞는 차분한 대응을 주문했다. 문 전 대표는 8일에는 김원기ㆍ고건ㆍ임채정ㆍ이해찬 등 정치계 원로들과 면담에 나선다.
반면 원로들과의 만남에서 대정부 투쟁의 '명분 쌓기'에 나선 인사도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함세웅 신부, 이해동 목사, 이삼열 교수,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박재승 변호사, 이창복 6ㆍ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 조성우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이사장, 양춘승 한국사회투자포럼 상임이사 등 민주평화포럼 대표단과 오찬을 가졌다.
추 대표는 면담 직후 "정치적으로 난국이니까 이걸 풀어가야 된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우리 시민사회 원로들께선 민주당에 희망을 건다, 민주당 중심으로 잘 헤쳐 나가도록 하고 앞으로도 시민사회와 함께 잘 풀어가도록 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대여ㆍ대정부 투쟁의 선봉에 나서야 하는 제1야당의 입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발언이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김수한ㆍ김원기ㆍ임채정ㆍ김형오ㆍ박희태ㆍ정의화 등 전직 의장들과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총리를 국회에서 지명해야 한다는 이른바 '대통령 2선 후퇴론'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이번 사태 해결의 중심에 국회의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데 방점이 찍혔다.
하지만 원로들의 조언이 꼭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 해결을 위해 지난달 29일 새누리당 상임고문단, 30일 시민사회 원로들과 만나 여론을 들었다. 이후 깜짝 개각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일부에서도 '불통 개각'이라는 비판을 들으며 역풍을 불러왔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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