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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火요일에 읽는 전쟁사]지휘관의 '미신'이 부른 참극, 뤼순 공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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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火요일에 읽는 전쟁사]지휘관의 '미신'이 부른 참극, 뤼순 공방전 뤼순전투 지휘관 노기 마레스케(乃木希典) 장군(사진=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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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최순실사건 이후 역사 속 국가 지도자들이 미신에 혹했던 이야기들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러시아의 유명한 요승 라스푸틴, 고려 말 권세를 부렸던 신돈, 조선왕조 말기 명성황후의 측근으로 전횡했던 진령군의 이야기 등 국정을 농단했던 미신에 대한 이야기는 다양하다.

역사 속의 수많은 전쟁 지휘관들도 국가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각종 미신을 믿고 있었다. 생사를 오고가는 전쟁터에서 미신에 기대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이 미신 때문에 병사들이 떼죽음을 당한 전투도 있다. 러일전쟁 당시 단일전투 중 가장 많은 사람이 죽은 뤼순(旅順) 공방전이다.


러일전쟁 초반 한반도 전역을 점령하고 압록강을 건너 만주로 진격한 일본군은 후방 견제를 위해 랴오둥 반도 끝에 위치한 뤼순 요새를 공격하기로 하고 노기 마레스케(乃木希典) 장군 휘하에 10만의 대군이 뤼순 요새를 포위했다. 당시 일본군 3군 사령관이자 육군에서 군신(軍神)으로 떠받들던 노기 장군은 빠른 속도로 뤼순 요새를 함락시키라는 명령을 받고 10만 대군으로 무작정 정면공격을 실시했다.

그러나 뤼순 요새는 5만명의 러시아군이 주둔해있었고 각종 대포와 기관총으로 방비가 탄탄한 요새였기 때문에 막연한 육탄 돌격작전으로는 도저히 뚫을 수 없는 요새였다. 하지만 노기 장군은 전쟁은 정신력과 기합의 싸움이란 옛 사무라이 돌격정신에 빠진 인물이었고 이로 인해 뤼순 공방전에서만 6만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러일전쟁 전체 일본군 사상자가 10만명 정도이니 이중 절반 이상이 뤼순 전투에서 애꿎은 죽음을 맞이한 셈이다.


일본군의 막대한 피해는 노기 장군의 참모장인 이치지 고스케(伊地知幸介) 소장의 미신 때문에 더 커졌다. 이치지 소장은 매달 26일마다 대공세를 펼쳤는데 그 이유는 숫자 26에 대한 그의 믿음 때문이었다. 그는 "매달 26일에 공격하는 이유는 26이 짝수이며 운수가 좋은 숫자기 때문이다. 26이 13으로 반토막 나듯이 26일에 적을 공격한다면 뤼순요새도 반토막 낼 수 있다"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병사들을 사지로 내보냈다. 이 미신에 빠져있는 참모장은 독일에서 유학까지 하고 온 엘리트 장교 출신이었다.


이에 러시아군은 매달 25일마다 일본군이 오는 길목에 화력을 집중시켜놓고 26일날 일본군이 육탄돌격을 할 때마다 기관총을 난사했다. 얼마나 많은 일본군이 죽었는지 러시아군은 시신이 부패한 냄새 때문에 나프탈렌을 코에 대고 전투를 해야할 지경이었다고 전해진다.


[火요일에 읽는 전쟁사]지휘관의 '미신'이 부른 참극, 뤼순 공방전 뤼순 공방전 최대 격전지였던 203고지 모습(사진=위키백과)


결국 피해가 막대해지며 뤼순 요새 공방전의 소규모 전투 중 하나인 203고지 작전에서만 1만6000명 이상이 희생되자 일본 본국에서 노기 장군을 사령관에서 해임한다. 노기 장군에게서 작전권을 이양받은 고다마 겐타로(兒玉源太郞) 장군은 무식한 돌격작전을 멈추고 대포를 활용한 포격작전으로 5시간만에 203고지를 점령한다. 5개월간 지휘관을 잘못만난 수만명의 병사들이 희생된 전투는 그렇게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노기 장군은 전쟁이 끝난 뒤 귀국해 멱살을 잡히기도 했지만 그의 잘못된 지휘에 두 아들까지 전사했기 때문에 처벌받지는 않았다. 크나큰 수치심과 절망 속에서 할복 자살을 하려고 했으나 일왕 메이지(明治)의 어명으로 할복이 금지돼 메이지가 죽은 후에 부인과 함께 할복 자결로 생을 마쳤다.


낡은 전 근대적인 사무라이 정신에 빠져 병사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미신을 신봉하던 참모장을 기용한 것은 그의 큰 실책이고 당시 일본군이 고쳐나가야 할 숙제로 남았다. 그러나 오히려 1930년대 들어서서 군부가 정권을 잡고 노기 장군의 전략이 숭배되면서 일본군은 또다시 비논리적인 작전에 희생되고 만다.


이후 이 전투는 지휘관 한명의 상식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직결되는지 잘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 장군 한 사람의 영향력이 이런 상황에서 최순실사건의 여파에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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