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火요일에 읽는 전쟁사]지휘관의 '미신'이 부른 참극, 뤼순 공방전

시계아이콘01분 44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火요일에 읽는 전쟁사]지휘관의 '미신'이 부른 참극, 뤼순 공방전 뤼순전투 지휘관 노기 마레스케(乃木希典) 장군(사진= 위키백과)
AD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최순실사건 이후 역사 속 국가 지도자들이 미신에 혹했던 이야기들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러시아의 유명한 요승 라스푸틴, 고려 말 권세를 부렸던 신돈, 조선왕조 말기 명성황후의 측근으로 전횡했던 진령군의 이야기 등 국정을 농단했던 미신에 대한 이야기는 다양하다.

역사 속의 수많은 전쟁 지휘관들도 국가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각종 미신을 믿고 있었다. 생사를 오고가는 전쟁터에서 미신에 기대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이 미신 때문에 병사들이 떼죽음을 당한 전투도 있다. 러일전쟁 당시 단일전투 중 가장 많은 사람이 죽은 뤼순(旅順) 공방전이다.


러일전쟁 초반 한반도 전역을 점령하고 압록강을 건너 만주로 진격한 일본군은 후방 견제를 위해 랴오둥 반도 끝에 위치한 뤼순 요새를 공격하기로 하고 노기 마레스케(乃木希典) 장군 휘하에 10만의 대군이 뤼순 요새를 포위했다. 당시 일본군 3군 사령관이자 육군에서 군신(軍神)으로 떠받들던 노기 장군은 빠른 속도로 뤼순 요새를 함락시키라는 명령을 받고 10만 대군으로 무작정 정면공격을 실시했다.

그러나 뤼순 요새는 5만명의 러시아군이 주둔해있었고 각종 대포와 기관총으로 방비가 탄탄한 요새였기 때문에 막연한 육탄 돌격작전으로는 도저히 뚫을 수 없는 요새였다. 하지만 노기 장군은 전쟁은 정신력과 기합의 싸움이란 옛 사무라이 돌격정신에 빠진 인물이었고 이로 인해 뤼순 공방전에서만 6만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러일전쟁 전체 일본군 사상자가 10만명 정도이니 이중 절반 이상이 뤼순 전투에서 애꿎은 죽음을 맞이한 셈이다.


일본군의 막대한 피해는 노기 장군의 참모장인 이치지 고스케(伊地知幸介) 소장의 미신 때문에 더 커졌다. 이치지 소장은 매달 26일마다 대공세를 펼쳤는데 그 이유는 숫자 26에 대한 그의 믿음 때문이었다. 그는 "매달 26일에 공격하는 이유는 26이 짝수이며 운수가 좋은 숫자기 때문이다. 26이 13으로 반토막 나듯이 26일에 적을 공격한다면 뤼순요새도 반토막 낼 수 있다"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병사들을 사지로 내보냈다. 이 미신에 빠져있는 참모장은 독일에서 유학까지 하고 온 엘리트 장교 출신이었다.


이에 러시아군은 매달 25일마다 일본군이 오는 길목에 화력을 집중시켜놓고 26일날 일본군이 육탄돌격을 할 때마다 기관총을 난사했다. 얼마나 많은 일본군이 죽었는지 러시아군은 시신이 부패한 냄새 때문에 나프탈렌을 코에 대고 전투를 해야할 지경이었다고 전해진다.


[火요일에 읽는 전쟁사]지휘관의 '미신'이 부른 참극, 뤼순 공방전 뤼순 공방전 최대 격전지였던 203고지 모습(사진=위키백과)


결국 피해가 막대해지며 뤼순 요새 공방전의 소규모 전투 중 하나인 203고지 작전에서만 1만6000명 이상이 희생되자 일본 본국에서 노기 장군을 사령관에서 해임한다. 노기 장군에게서 작전권을 이양받은 고다마 겐타로(兒玉源太郞) 장군은 무식한 돌격작전을 멈추고 대포를 활용한 포격작전으로 5시간만에 203고지를 점령한다. 5개월간 지휘관을 잘못만난 수만명의 병사들이 희생된 전투는 그렇게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노기 장군은 전쟁이 끝난 뒤 귀국해 멱살을 잡히기도 했지만 그의 잘못된 지휘에 두 아들까지 전사했기 때문에 처벌받지는 않았다. 크나큰 수치심과 절망 속에서 할복 자살을 하려고 했으나 일왕 메이지(明治)의 어명으로 할복이 금지돼 메이지가 죽은 후에 부인과 함께 할복 자결로 생을 마쳤다.


낡은 전 근대적인 사무라이 정신에 빠져 병사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미신을 신봉하던 참모장을 기용한 것은 그의 큰 실책이고 당시 일본군이 고쳐나가야 할 숙제로 남았다. 그러나 오히려 1930년대 들어서서 군부가 정권을 잡고 노기 장군의 전략이 숭배되면서 일본군은 또다시 비논리적인 작전에 희생되고 만다.


이후 이 전투는 지휘관 한명의 상식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직결되는지 잘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 장군 한 사람의 영향력이 이런 상황에서 최순실사건의 여파에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