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모금 등은 구체적 언급 없어 궁금증만 키워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한 대국민담화에서 유독 사이비종교 부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논란만 오히려 증폭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제기되는 박 대통령과 최씨를 둘러싼 다른 의혹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해 더욱 의구심만 자아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담화 도중 "심지어 제가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9분가량 이어진 박 대통령의 담화 내용 가운데 세간의 여러 의혹 가운데 유일하게 반박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해명해야 할 최씨 관련 의혹은 지금까지 나온 것만 해도 부지기수다. 우선 최씨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미르와 K스포츠재단 모금 과정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행동대장 역할을 했는데, 이들 둘은 서로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둘 사이의 연결고리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대선 후보와 집권 초기 연설문 등에서 조언을 받았다'는 박 대통령의 해명과 달리 연설문 외에 해외 순방에 대비해 최씨가 박 대통령의 의상을 고르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하지만 이에 대한 추가 해명은 없었다.
최씨가 청와대를 자유롭게 들락거렸다는 증언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다만 이날 담화에서 "홀로 살면서 챙겨야할 여러 개인사를 도와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 오랜 인연을 갖고 있었던 최순실씨로부터 도움을 받게됐고 왕래하게 됐다"며 증언이 사실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박 대통령이 사이비종교만으로 콕 집어 언급한 것이 보수 기독교계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보수 기독교계는 박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기반인데, 사이비종교에 빠졌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등을 돌렸다는 얘기다.
이 같은 해석은 박 대통령이 이날 담화에서 강력히 부인한 내용이 사이비종교와 굿 등 종교와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다른 의혹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기회가 되면 밝히실 것"이라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그동안의 경위에 대해 설명을 드려야 마땅합니다만 현재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일일이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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