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검찰의 대기업 조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최씨가 사실상 지배했다는 미르ㆍK스포츠 재단의 '강제모금'과 관련해서다.
유관 대기업들은 아직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으나 불똥이 어디로 어떻게 튈 지 몰라 바짝 긴장한 눈치다. 표면적으로는 피해자로 비치지만 결과적으로 뇌물을 건넨 모양새가 될 수도 있어서다.
1일 검찰에 따르면 최씨의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 중인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전날 SK그룹 박영춘 전무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데 이어 삼성ㆍ현대자동차ㆍLGㆍ한화 등 주요 대기업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일정을 지속적으로 조율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30일 롯데그룹 소진세 대외협력실장(사장)과 이석환 CRS팀장(상무)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이들 대기업은 모두 미르ㆍK스포츠 재단에 돈을 줬다. SK그룹은 두 재단에 총 111억원을, 롯데그룹은 45억원을 출연했다. 삼성은 204억원, 현대차는 128억원, 한화는 25억원을 출연했다. 이런 식으로 20개 가까운 대기업이 770억여원을 두 재단에 댔다.
검찰이 이들 대기업을 조사 또는 수사하는 건 우선 최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 묵인 아래 혹은 박 대통령을 등에 업고 사실상 강제로 출연을 받았는지를 파악하려면 돈을 준 쪽의 입장을 확인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최씨에게는 강요나 공갈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대기업들 입장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건 최씨의 존재나 위력, 나아가 박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인지하고 출연을 했는지 여부다. 이런 걸 알고도 돈을 건넸다면 그 돈을 뇌물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대기업 관계자에게 직접 전화를 거는 등 출연 과정에 개입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뇌물 논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안 전 수석을 출국금지한 검찰은 조만간 그를 불러 이 같은 의혹을 추궁하고 대기업들을 정말로 압박했는지 캐물을 방침이다.
검찰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최씨와 안 전 수석에게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재단들이 거둔 돈을 최씨가 더블루K와 십수개의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빼돌려 유용했다면 횡령과 배임 등 혐의도 따라붙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금이 해외로 위법하게 빠져나갔다면 외국환거래법 혐의도 적용 가능하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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