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스타슈퍼·SSG푸드마켓 양수
정용진, 프리미엄 식품 사업에 대한 자신감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신세계그룹이 정용진·유경 남매가 각각 맡고 있던 프리미엄 슈퍼사업을 통합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28일 경영이사회를 열고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스타슈퍼'와 'SSG푸드마켓'을 이마트에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양측은 전날 이마트가 백화점에 1297억원을 주고 이들 프리미엄 마켓의 자산과 상품, 인력까지 일괄 양수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신세계는 이번 거래가 종결되는 오는 12월20일까지 기존의 브랜드 변경 여부와 운영방안 등 프리미엄 슈퍼 콘셉트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신세계의 첫 프리미엄 슈퍼인 스타슈퍼는 신세계백화점이 2003년 도곡동에서 문을 열었다. 이후 2012년 SSG푸드마켓 청담점을 처음 선보였고, 마린시티점과 목동점을 잇따라 개장했다. SSG푸드마켓의 경우 당시 신세계 부사장이던 정유경 현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오랫동안 거주한 청담동 지역의 학부모들 사이에서 아이를 위한 안전먹거리 수요가 높다는 점을 착안해 직접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마트를 이끌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야심작으로 꼽히는 경기도 스타필드 하남에 PK마켓이 들어선 것을 두고 남매간 프리미엄 슈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왔다. 스타필드 하남의 PK마켓은 고급스러운 기존의 프리미엄 마켓과 달리 재래시장 느낌의 새로운 콘셉트로 만들어졌다.
최고급 식재료를 판매하지만 마켓 분위기는 재래시장과 흡사하게 꾸민 것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9월9일 스타필드 하남 오픈식에서 참석해 "우리나라에는 사람들이 푸드, 신선식품을 진정성 있게 체험할 수 있는 수퍼마켓이 없었다"면서 "스타필드 하남에서 노력을 많이 한 곳이 PK마켓인데, 가장 걱정이 많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며 애착을 보였다.
신세계는 지난해 말 정 총괄사장이 백화점을 맡으면서 분리 경영을 시작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와 그룹차원의 각종 신사업에 뛰어들고 있고, 정 총괄회장은 백화점과 면세점 사업을 확장시키고 있다.
이번에 이마트가 백화점의 프리미엄 슈퍼를 넘겨받은 것도 분리경영의 일환으로 보인다. 식품영영은 대형마트의 고유 업무인 만큼 이마트가 운영하는 것이 구매 경쟁력(바잉파워)이나 직매입, 원가 개선과 자체브랜드(PB) 개발 등에서 더 유리하다.
일각에선 정 부회장의 이마트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거래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동안 프리미엄 슈퍼는 비교적 고가의 신선식품을 선보였던 만큼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백화점에서 전담했다. 하지만 이마트가 최근 트레이더스와 일렉트로마트, 노브랜드 등 전문점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대형마트 이미지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유통기업의 면모를 갖추면서 프리미엄 슈퍼 사업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다는 것.
실제 정 부회장의 첫 작품인 스타필드하남 PK마켓은 안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마트는 지난 23년간 운영하면서 식품경쟁력은 백화점을 압도하고 있다”면서 “프리미엄 슈퍼의 경우 백화점이 잘해온 사업이지만 앞으로 세계 시장으로 사업을 키워나가기 위해선 한 곳으로 통합해 시너지를 내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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