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측 “정유라, 당분간 입국하지 않을 것”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씨가 31일 오후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최씨의 측근이었던 고영태 더블루K 이사(40) 등 핵심 관계자들은 모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지만 최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이날 오후 3시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최씨는 코트와 머플러, 벙거지 모자까지 모두 검정색으로 차려 입고 모자를 눌러 얼굴의 반을 가린 채 취재진 앞에 섰다. 3시 정각 최씨가 검은 세단에서 내리자 300여명의 취재진과 기습 시위대가 엉키면서 청사 앞은 이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 과정에서 최씨의 신발 한 짝이 벗겨지기도 했다. 최씨는 청사 문을 통과하며 흐느끼듯 작은 목소리로 “죽을 죄를 지었다”, “죄송하다. 용서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기금 모금 과정과 국정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형사8부(한웅재 부장검사)가 첫 조사를 맡았다.
검찰은 형사8부에서 먼저 최씨를 조사한 후 특수1부에 넘길 계획이다. 형사8부는 시민단체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기금 모금 등과 관련해 최씨를 고발한 사건을 처음 배당받은 부서다. 조사에는 검사 여러 명이 참석하는데 검찰은 구체적인 조사 장소를 밝히지는 않고 있다.
검찰은 이날 중앙지검 3차장검사 산하 첨단범죄수사1부를 수사본부에 추가 투입하는 등 수사본부 규모를 확대했다.
최씨는 현재 횡령과 탈세,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10여개 안팎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 재단 불법 설립과 기금 유용,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 등에 집중해 조사할 방침이다.
최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범죄혐의가 입증되면 긴급체포 등을 통한 신병 확보도 가능하다. 최씨의 구속여부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집중돼 있다.
최씨 소환에 이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실비서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 핵심 관계자들의 줄소환이 예고돼 있다.
다만 앞서 검찰은 “31일에는 안종범 전 수석과 정호성 전 비서관을 소환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는 내려졌다. 최씨에 대한 조사를 어느 정도 끝낸 시점에서 이들에 대한 소환이 예상된다.
최씨가 검찰 조사를 받으러 들어간 지 한시간만인 오후 4시 최씨 측 변호인인 법무법인 동북아 이경재 변호사는 서울고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기자들과 만났다.
최씨 측 변호인은 두 명의 변호사가 교대로 검찰 수사에 참석한다. 최씨와 관련한 혐의에 대해 이 변호사는 “대충 알고 있지만 검찰이 어떤 부분에 집중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씨가 검찰 출석 과정에서 경미한 부상을 입었지만 조사를 받는데 무리는 없다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최씨가 공황장애로 신경안정제를 복용 중이며 약을 소지하지 않고 검찰에 출두해 허락을 받아서 밖에서 약 구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최씨가 언제부터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제법된 것 같은데 정확한 시기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이에 앞서 이 변호사는 “최씨가 심장부분이 안 좋다”며 건강문제를 부각했다. 구체적인 병명을 대지는 못했다.
이 변호사는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당분간 입국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최씨가 어제 오전 공항 도착 즉시 소환되지 않아 증거인멸과 말맞추기 비난이 컸던 것을 의식한 듯 “최씨가 어제 서울시내에 있는 호텔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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