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때는 성수대교 붕괴로 사퇴하기도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박근혜 정권 4번째 비서실장인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이 취임 5개월만에 물러났다. 이 실장은 서울시장과 충북도지사를 역임한 '행정의 달인'으로 불렸지만 정권을 뒤흔드는 최순실 파문을 넘지 못했다.
이 비서실장은 이날 사표가 수리된 직후 춘추관을 방문해 퇴임 인사를 전했다.
이 실장은 "저 자신도 반듯하게 일해보려고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으니 마음이 아프다"면서 "나라를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많이 힘써달라"고 짤막한 당부를 남겼다.
이 실장은 지난 5월15일 임명됐을 당시 입지전적의 인물로 주목을 받았다.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서울시장과 충북도지사를 거쳐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맡았다.
이 실장은 취임 일성으로 "베스트 비서로서 역할을 다하자"는 당부의 말을 전한데 이어 지난 9월 직원조회에선 "기러기가 멀리 갈 수 있는 것은 함께 날아가기 때문이다. 대장 기러기는 방향을 정해 앞장서 나가고 뒤에서는 응원의 소리를 내면서 힘을 보탠다"며 박 대통령 보좌를 위한 청와대 내부의 단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실장은 예상치 못한 최순실 사태의 유탄을 맞았다. 최씨 의혹은 이 실장과 전혀 연관이 없다는 게 정치권의 일치된 평가지만 인적쇄신에 동참하기 위해 도의적인 책임을 진 것이라는 평가다.
이 실장의 불명예 퇴진은 지난 1994년 서울시장직에서 물러났을 때와 비슷하다. 이 실장은 한해 전인 1993년 지방행정의 최고봉인 서울시장에 취임했으나 이듬해 발생한 성수대교 참사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충북지사를 맡고 있던 2006년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50% 넘는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며 3선 불출마를 전격적으로 선언한 바 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