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파격 인적쇄신에는 못미쳐…개각 폭에 관심 모아질 듯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오후 중폭의 인적쇄신을 단행한 것은 들끓는 민심을 잠재우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당초 주말 동안 각계 의견을 청취한 후 이번 주 초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했지만 날로 악화되는 여론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인사와 관련해 "대통령께서 현 상황의 엄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각계의 인적쇄신 요구에 신속히 부응하기 위해서 단행했다"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상황 인식에 따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대국민사과 이후 인적쇄신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왔다. 여당 최고위원들의 인적쇄신 요구에 "심사숙고 중"이라고 밝혔으며 28일에는 수석비서관들에게 일괄사표 제출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원종 비서실장은 이보다 앞선 26일 이미 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
중폭의 인적쇄신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청와대 인사 규모가 당초 예상했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여전히 민심을 다독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이원종 실장과 우병우 민정수석,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김재원 정무수석, 김성우 홍보수석을 비롯해 소위 문고리3인방(안봉근, 이재만, 정호성 비서관) 등의 사표를 수리했지만 예상했던 범위를 뛰어넘는 인적쇄신은 없었다는 평가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인적쇄신을 심사숙고한다고 밝혔을 때부터 정책라인은 제외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야당을 비롯해 여당 일각에서는 "모든 참모진을 바꾸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수석비서관 전원이 사표를 제출했지만 국정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정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 정책관련 수석비서관은 제외했다는 것이다.
또 소위 문고리3인방 사표 수리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한 결과"라며 예상을 뛰어넘은 결정이었다는 점에 무게를 실었다.
인적쇄신이 일단락됨에 따라 관심은 개각에 쏠리게 됐다. 박 대통령이 특단의 결정을 내릴 유일한 통로가 내각 교체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국무총리를 비롯해 내각 총사퇴, 책임총리, 거국중립내각 등 다양한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청와대에 거국내각 구성을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현재 청와대 분위기로는 총리를 교체한 후 권한을 강화하는 '책임총리' 도입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당의 거국내각 요구에 "워낙 복잡한 사안"이라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거국 내각 자체가 국민을 위해 좋은 것인지 알 수 없다"면서 "형식을 따지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국내각의 취지 자체는 숙고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거국내각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책임총리에 무게 추가 기울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이원종 실장은 이날 사표 수리 직후 청와대 춘추관을 방문해 "반듯하게 일해보려고 했는데 결국 이렇게 돼 마음이 아프다"면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많이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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