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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下野한 것은 '거짓말'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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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최순실 게이트가 정국을 강타한 이후 연일 탄핵(彈劾)과 하야(下野)가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을 수놓고 있다. 미국도 이와 비슷한 시기가 있었다. 리차드 닉슨 미국 대통령 재임기였다. 결론부터 전하면 닉슨은 워터게이트 사건이 들통난 뒤, 잘못을 인정하기 보다는 거짓말로 은폐를 시도하다 위기를 맞게 되어 결국 대통령을 관두게 됐다. 검찰이 이미 청와대 관계자들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이 시작됐고, 정치권 역시 정치적 해법이 고민되는 시점에서 미국의 경험은 오늘날 한국 정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통령이 下野한 것은 '거짓말' 때문이었다" 리처드 닉슨 (1913년 1월9일 ~ 1994년 4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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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은 미국의 37대 대통령에 당선되어 성공적인 재임 기간 4년을 보낸 뒤 압도적인 표차로 재선에 성공했지만, 미국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며 38대 대통령으로 기록되지 못한 비운의 인물이다. (실제 미국의 38대 대통령은 닉슨의 잔여임기를 승계한 제럴드 포드로 남아 있다) 우리에게 닉슨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정확한 설명은 아니다. 닉슨을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린 것은 워터게이트 사건이 아니라 워터게이트 사건은 은폐하려 했던 일련의 움직임 때문이다.

닉슨은 현재는 부도덕한 인물의 대명사였지만, 1972년 재선 선거운동 당시에는 꽤 인기가 있었다. 37대 대통령으로 재임했던 동안 그는 베트남 전쟁을 종식했고, 어려웠던 미국 경제를 되살렸으며, 중국과 화해에 성공했다. 내치와 외치 모두 대단한 성과를 거둔 성공한 대통령이었다. 그 결과 그해 11월 선거에서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닉슨은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득표율(60.7%)을 기록, 민주당 후보였던 조지 맥거번(37.5%)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그의 승리는 선거인단에서 517-17이라는 압도적 차이에서 다시금 확인된다.


◆그를 몰락시킨 '계기'는 워터게이트 사건이었다=닉슨은 이제 역사에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실력만으로 미국 대통령이 된 인물에서, 부도덕한 정치인의 상징처럼 되어 버렸다. 성공한 대통령의 모든 자격을 갖췄던 그를 몰락시킨 계기는 워터게이트 사건이었다.

1972년 6월17일 발생했던 워터게이트 사건은 요약하자면, 야당이던 민주당 전국위원회 선거본부에 여당인 공화당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실패하고 관련자들이 경찰에 검거된 사건이었다. 건물 털이 사건으로 끝날 뻔했던 이 사건이었지만, 이들이 갖고 있던 장비가 건물 털이 장비가 아닌 도청 장비라는 점 때문에 몇몇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 사건은 워싱턴포스트의 기자들의 끈질긴 추적과 한 익명의 제보자 덕분에 세상에 알려졌다. (익명의 제보자는 사건이 발생한 지 30년이 지난 2005년에서야 FBI의 부국장이었던 마크 펠트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는 사건이 발생한 직후부터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밝혀지는 내용만 보면 사안의 폭발성은 컸다. 민주당 전국위원회 침입을 시도했던 인물 중 한 사람은 절도에 능한 사람 정도가 아니라 전직 CIA 요원이었으며, 닉슨 캠프에서 일했던 인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닉슨은 압도적인 표차로 재선에 성공했다. 당시 닉슨은 상대 후보를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무리수를 뒀을 가능성이 없다는 설명이 통했기 때문이다. 후에 확인된 사실이지만 닉슨은 이 사건에 대한 은폐를 지시하기도 했는데, 이 역시 일정 부분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닉슨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에도 언론에서는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한 의혹을 계속 제기하자 닉슨은 최측근 4명의 사표를 받았다. 이 중에는 워터게이트 도청을 지시했던 닉슨의 법률고문 존 딘과 보좌관 H. R. 할데만, 존 얼리크먼, 리처드 칼인딘스트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은 사법기관의 정식 조사를 꾸준히 요구했다. 여론 또한 닉슨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돌아섰다. 급기야 미국 연방상원에서는 특별조사위원회가 꾸려져 이 문제와 관련해 청문회를 개최했다.


1973년 5월17일부터 37일간 진행됐던 워터게이트 청문회는 미국인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특히 7월16일에는 백악관 보좌관이던 알렉산더 버터필드가 닉슨이 1971년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뤄지는 모든 대화를 녹음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했다고 밝히면서, 이 사건은 전혀 다른 성격으로 옮겼다. 녹음테이프를 통해서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을 지시했는지, 또 사건 은폐움직임에 가담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관심사는 테이프 공개로 옮겨갔다. 정치권과 여론은 닉슨에게 테이프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닉슨은 이를 거절하다 마지못해 기밀 사안들이 있다는 점을 들어 전체 녹음테이프의 100분의 1에 해당하는 40시간 분량만을 공개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 테이프에는 닉슨에게 해가 될 만한 내용은 없었다. 이에 워터게이트 사건을 담당하던 아치볼드 콕스 특별감사는 법원의 영장을 얻어 테이프 제출을 요구했다. 닉슨은 콕스 특별검사에게 녹음테이프 전체 대신 요약본을 제출하겠다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콕스는 이를 거부하고 테이프 전부를 제출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닉슨은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행동을 저질렀다. 닉슨은 엘리엇 리처드슨 법무부 장관에게 특별검사를 해임할 것을 명령한 것이다. 하지만 리처드슨 장관은 명령을 따르는 대신 법무부 장관에서 사퇴했다. 후임 법무부 장관이 된 윌리엄 루켈사우스 역시 해임 명령을 거부하고 사임했다. 결국, 특별검사 해임은 법무부장관 직무대행인 로버트 보크의 손에 의해 이뤄졌다. '토요일 밤의 학살'로 불린 콕스 특임검사의 해임은 미국을 뒤흔드는 사건이 됐다.


사건이 여기에까지 이르자, 대통령 탄핵을 위한 결의안들이 연방하원의회에 제출되기 시작했다. 1974년 1월 상원 워터게이트위원회는 500건의 테이프와 문서를 제출하라는 소환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닉스는 이를 행정부 특권을 내세워 거부했다. 하지만 의회의 압박과 여론의 영향으로 닉슨은 1974년 4월 녹음테이프 녹취록 1300쪽을 언론에 공개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전문이 아닌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이 빠진 채 공개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제는 공화당마저 닉슨에게 등을 돌렸다.


1974년 7월24일 미국 연방대법원 역시 닉슨에게 치명상을 안겼다. 콕스 특임검사의 후임으로 뽑힌 레온 자워스키가 요구하는 테이프를 닉슨 대통령이 제출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닉슨은 이제 테이프 제출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더욱이 7월27일에는 하원 법사위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승인됐다.


탄핵 사유는 추가된 조항까지 합하면 총 3가지인데, 첫 번째는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조사 행위를 방해했다는 사법권 행사방해(Obstruction of Justice)였다. 두 번째는 헌법을 지키겠다는 대통령 선서를 어기고 권력 남용(Abuse of Power) 것이다. 여기에는 정보기관 등을 동원해 시민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세 번째는 의회모독(Contempt of Congress) 이었다. 의회가 제출을 요구한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는 점이 담겼다.


결국, 8월5일이 되자 닉슨은 워터게이트 침입 사건 발생 6일 만에 은폐 사실을 보고 받았으며, 계속해서 은폐를 지시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후에도 사흘간 더 버티던 닉슨은 결국 8월8일 정오에 대통령으로 미국을 통치하는 데 필요한 정치적 기반을 상실했다며 사임을 발표했다.


◆그를 몰락시킨 진짜 이유는 '거짓말' 때문이었다= 오랜 조사에서도 닉슨이 워터게이트 건물 도청을 지시했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이 사건은 닉슨의 법률고문인 존 딘이 내린 결정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닉슨이 워터게이트 도청을 지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만약 사건 발생 초기에 닉슨이 이번 사건은 아랫사람의 과잉 충성이라는 식으로 불법 사실을 인정했더라면 선거는 조금 어려워졌을지 몰라도 사임 가능성은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이 된 뒤라도 언론과 야당의 문제 제기에 대해 책임을 통감했더라도 일은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닉슨의 집무실에서 발언이 모두 녹음된 테이프의 존재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에만 닉슨이 적절히 처신했다면, 하야라는 불명예는 피한 채 주어진 임기를 마쳤을 수 있었을 것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분명 커다란 사건이지만, 진실을 감추기보다 솔직히 대응했다면 그는 최악의 위기는 피했을지 모른다.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은 정치권이나 국민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닉슨을 결국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한 것은 사건 이후의 보인 그의 대응방식이었다. 닉슨은 책임회피, 아랫사람에게 책임 떠넘기기, 진상 은폐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설령 닉슨이 워터게이트 건물 도청지시와 관련해 직접적 책임이 없었다 하더라도, 그의 잘못은 명백하다.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에 보인 그의 은폐 시도와 이후 거짓말 등은 미국 민주주의의 중대한 위협이기 때문이다. 닉슨은 사임 직전 밝힌 성명서에서 사건 발생 6일 뒤에 보고받았으며, 계속 은폐할 것을 명령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실제 탄핵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미 의회가 제기한 탄핵사유의 핵심은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한 직접적 책임보다는 은폐과정 등에서 보인 민주주의 파괴에 초점이 맞춰졌다. 진실을 은폐하는 과정에서 닉슨이 미국의 사법부, 행정부, 입법부에 중대한 위협을 가했다는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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