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혜 인턴기자]
미성년자인 학생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하고 성폭행까지 저지른 시인 배용제씨가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합의된 성관계”라는 배 씨의 증언에 대해 불쾌함을 표시했다.
지난 주, 트위터에 계정을 만든 피해자들은 시인 배용제가 저지른 성폭력들을 폭로했다. 박진성, 박범신 등 유명 문인들의 성폭력 가해 사실이 드러났던 ‘#문단_내_성폭력’ 해시태그도 함께 사용했다.
당시 미성년자였던 피해자들은 배 씨와 함께 시 스터디 모임을 가졌다. 배 씨는 피해자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으며, 성폭행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학생과 학부모에게 금전을 요구하고 갚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배 씨는 예술 고등학교의 강사로 일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네티즌들은 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배 씨는 26일 사과문을 올렸다. 의혹을 모두 인정하고 활동을 접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반발했다. 배 씨가 “‘합의했다’는 비겁한 변명으로 자기 합리화를 하며…그 몰염치한 짓을 저지른 것”이라고 말한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이들은 “‘위계에 의한 폭력이었지만 합의된 성관계’였다는 뉘앙스 등에 심한 불쾌감과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또 “그게 충분한 이해가 필요한 ‘미성년자와의 합의’라는 내밀한 과정을 통과한 거였다면 지금 우리가 이렇게 고통스러울까”라고 덧붙였다.
또 배 씨는 메신저 등을 이용해 개인적으로 피해자들에게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피해자는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하고 사과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고, 이에 “고발되고서야 갑작스럽게 사과를 운운하는…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반응했다. 또 피해자들은 배 씨가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도 밝혔다.
또 이들은 “본인이 저지른 죄에 대해서 사죄할 방법은 저희에게 묻지 마시고 본인이 고민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계정의 ”유일한“ 목적은 배용제 씨의 범죄 행위들을 낱낱이 공개해 추가 피해자를 막기 위함”이라며 “(배 씨의) 사과를 목적으로 이 계정을 만든 것이 아니며, 계속해서 증거자료를 모으는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피해자들은 사과문에 대해 계속 논의 중이며, 27일 오후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배용제는 199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나는 날마다 전송된다’로 등단했으며 최근 세번째 시집인 ‘다정’을 출간했다.
이은혜 인턴기자 leh9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