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그래서, 법리상 유죄로 판단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 그들은 전부 무죄입니까? 잘못이 없습니까?"
'최순실 파일' 연루자들의 형사처벌 가능 여부를 둘러싼 기자의 질문에 한 변호사가 내놓은 반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25일 '90초 사과' 직후에 나눈 대화다.
'최순실 파일'로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 국정농단 사태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선 '과연 법적으로 처벌이 가능하겠느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거론되는 죄목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공무상 기밀누설' 등이다.
최순실이 받은 파일들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는지, 공무상 기밀이 담겨 있는지, 생산이 완료된 원본 파일인지 등 재판을 통해 처벌까지 가려면 따질 것이 많다는 게 논란의 요지다. 여러 언론이 "의견은 분분하다"는 식으로 이런 분위기를 보도한다. 2014년 '정윤회 문건유출' 사건 당시 수사와 진상규명에 관여했던 이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 때 대통령이 뭐라고 했습니까. 국기문란이랬죠. '정윤회 문건유출'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국기문란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빚어졌습니다. 대통령이 일부나마 자백했고요. 사법에는 맹점도 있고 기교도 있습니다. 처벌이 가능하느냐는 논쟁에 매몰되는 건 우스워요."
대한민국이 지금 서 있는 지점은 법을 뛰어넘은, 혹은 법이 끝난 어디쯤이 아닐까. 이런 때 필요한 게 정치적ㆍ정무적 책임이다. 법리 논쟁으로 끌고가면 사태는 축소되고 본질은 흐려진다. 법리 논쟁을 다룬 온라인 기사에 달린 댓글 하나.
'생산 완료된 원본 파일인지도 문제라고? 아예 최순실이 완성을 시켜서 넘긴 것도 많다는 거 아닌감? 뭥미? 그럼 법 적용 힘들 수도? 헐…개웃김.'
이명박 정부에서 일했던 정용화 전 연설기록비서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말로 정치를 하는데 최종단계에서 이를 수정하는 건 대통령을 흔드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에서 8년 동안 연설문 작성을 담당했던 강원국 전 연설비서관은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진 것으로, 이게 국가인가 싶다"고 개탄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는 이틀째 '탄핵'이다. 무턱대고 탄핵을 선동하자는 게 아니라 본질이 무언지를 잊지 말자는 얘기다. 그래서 재론한다.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것이 어떤 의도인지 모르지만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입니다…누구든지 부적절한 처신이 확인될 경우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로 조치할 것입니다(박 대통령-2014년 12월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정윤회 문건유출' 사건과 관련해)."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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