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미 메이비'와 '캑터스', '비프' 등 이색웨지 대세, 그림까지 "아트로 진화"
[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웨지 아트(wedge art)?"
최근 프로골프투어에서 불고 있는 이색 현상이다. 골프용품사는 보통 대회를 앞두고 소속 선수들의 클럽 성능을 점검한다. 로프트와 앵글, 그라인드, 그립 등을 꼼꼼하게 체크해 최고의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요즈음에는 부수적인 업무가 추가됐다.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려는 선수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이름이나 숫자를 넘어 다양한 문구와 그림 등을 요구하고 있다.
리키 파울러(미국)의 '콜 미 메이비 웨지(Call Me Maybe wedge)'가 대표적이다. 2012년 캐나다의 가수 칼리 레이 젭슨의 노래 제목인 '콜 미 메이비(Call Me Maybe)'를 웨지에 새겼다. 2011년 발표돼 빌보트 차트 9주 연속 1위를 비롯해 전 세계 차트를 휩쓸었던 히트곡이다. "클럽에 가장 좋아하는 내용을 스탬핑(stamping) 하는 게 즐겁다"며 "선수들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방법"이라고 자랑했다.
파울러 이후 재미있는 웨지 문구들은 유행으로 확산되고 있다. 빅토르 뒤비송(프랑스)은 '캑터스 웨지(cactus wedge)'다. 2014년 월드골프챔피언십(WGC)시리즈 델매치플레이 결승전에서 선인장 틈에서의 환상적인 리커버리 샷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 '비프 헤드'(Beef head)'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앤드루 존스턴(잉글랜드)은 남다른 고기 사랑을 아예 웨지를 통해 과시하고 있다. 소고기의 부위별 명칭을 표기한 일명 '미트 웨지(meat wedge)'다.
존 피터슨(미국)은 경기 도중 웨지를 물에 빠뜨린 뒤 타이틀리스트로부터 아주 특별한 보키 웨지를 선물받았다. "이 웨지는 물에 뜨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글이다 . 세그웨이(Segwayㆍ전기 모터를 이용하여 타는 보드의 하나)에서 떨어진 예스퍼 파르네빅(스웨덴)은 코브라-푸마로부터 '세그웨이 암살자(Segway Assassin)'란 글귀가 담긴 웨지를 배달받았다.
웨지는 아트로 진화하고 있다는 게 더 재미있다. 로버트 스트렙(미국)의 보키 웨지에는 '제5의 메이저' 더플레이어스가 열리는 소그래스TPC의 17번홀(파3)이 그려져 있다. 웨지 헤드에 티 박스와 깃발, 그린사이드 벙커 등을 정교하게 그렸다. 스트렙은 "믿을 수 없는 클럽"이라며 "기대 이상의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마크 레시먼(호주)은 '캥거루 웨지(kangaroo wedges)'를 통해 애국심을 표현했다.
'징크스(jinx)'에 초점을 맞춘 선수들도 있다. 저스틴 토마스(미국)는 웨지 헤드에 '레이더(Radar)'라고 썼다. 주니어시절부터 새긴 단어다. "웨지 샷이 레이더처럼 목표를 향해 정확하게 날아간다"는 염원이다. 케빈 나(미국)는 모든 클럽에 자신의 성인 나(na)를 7번 새겨 달라고 요구했다. 행운의 상징인 '7'을 의미한다. "미신일 수 있지만 느낌이 좋다"고 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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