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들이 '출간경쟁'을 벌이고 있다. 차기주자들은 자서전 등 책을 통해 자신의 핵심비전을 설파하며 총성 없는 전쟁을 시작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계복귀를 선언한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대선주자들이 잇따라 자서전을 출간하거나 출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출간, 가장 효율적인 홍보법=책은 정치인들에게 자신의 정견(政見)을 밝힐 수 있는 가장 체계적인 방법이다. 단순한 발언이나 인터뷰보다 밀도있게 자신의 정책, 입장 등을 설명할 수 있는 까닭이다. 또한 출간은 정치인들에게 '돈 줄' 역할도 한다. 예전처럼 출판기념회 등을 통해 거액을 모금하기는 어렵지만, 안정적인 수입원이 될 수 있어서다.
2012년 대선 후보를 지낸 문재인·안철수 전 대표가 대표적 사례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2012년 '사람이 먼저다'로 대선 비전을 설명했고, 안 전 대표도 2012년 '안철수의 생각'을 펴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대한 자신의 기본입장을 밝혔다. 특히 안철수의 생각은 출간과 함께 베스트셀러가 돼 전국 대형서점에서 품귀현상을 보이는 등 흥행하기도 했다.
◆'저녁있는 삶'에서 '개헌'으로 화제 전환한 孫=이번 19대 대선을 앞두고도 정치인들의 출간정치는 계속되고 있다. 전날 정계복귀를 선언하며 세번째 대권도전을 시사한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역시 출간정치에 적극적이다. 손 전 고문은 18대 대선에 출마하기 직전에는 저서 '저녁이 있는 삶(2012)'을 출간했고, 19대 대선을 1년여 앞두고서는 '나의 목민심서, 강진일기(2016)'를 펴냈다.
외견상으로는 대선을 앞둔 책 출간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담고 있는 의미는 다르다. 2012년 저서 '저녁이 있는 삶'을 통해 손 전 고문은 유럽형 복지국가모델의 도입과 진보적 자유주의를 강조했다. 반면 2016년 '강진일기'를 들고 나온 손 전 고문은 헌법개정과 정치·경제의 '새판짜기'에 무게를 두고 있다. 4년새 비전이 복지국가모델 구축에서 한국사회 구조개혁으로 발전한 것이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오는 25일 에세이집인 '콜라보네이션(Collabonation)'을 출간한다. 협력(Collaboration)과 국가(Nation)의 합성어다. 안 지사는 이 책을 통해 ▲시민×국가 ▲정부×관료 ▲성장×번영 ▲복지×인권 ▲환경×지속 ▲근본×농업▲외교×안보 등에 대한 자신의 정책노선에 전반을 설명한다.
특히 안 지사는 이 책과 이어지는 강연·북콘서트 등을 통해 통해 시민과 국가의 역학관계, 정부운영, 경제성장 등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드러낸다는 계획이다. 그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책은 들판과 거리에서 수없이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며 나아간 나의 실천 기록"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선이 다가오면서 각 주자들의 '출판경쟁'도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야권의 잠룡(潛龍) 중 하나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김부겸 민주당 의원도 최근 출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고, 여권에서도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등의 출간이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