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우리나라가 '최순실 게이트'로 충격에 빠진 가운데, 세계 각국의 정치리스크가 경제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이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추세여서 교역을 성장 원동력으로 삼고 있는 한국 경제에는 치명적인 악재가 될 전망이다. 올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수출이 내년에도 크게 나아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29일 국제금융센터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이 다음달 8일 대선을 치르는 데 이어 유럽 주요국들이 내년까지 굵직한 선거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오스트리아가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있고, 내년에는 네덜란드가 3월 의원 선거, 프랑스가 4~5월 대선, 독일이 9월 하원 선거를 각각 치르게 된다.
국제금융센터는 "유럽에서 중도 성향 정당과 극우·민족주의 성향 정당의 연정 구성이 크게 늘어날 소지가 있다"면서 "대중영합주의 분위기가 확산되면 개별 회원국의 정부 지출증가에 따른 재정악화와 신용등급 하향을 초래해 다시 금융불안이 재연될 리스크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EU에 긍정적 시각을 가진 EU 역내 국민 비율은 지난 5월 33%로 지난해 같은 시기(40%)에 비해 하락했다. 최근 독일 지방선거에서는 극우·민족주의 성향의 정당이 크게 약진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 되면서 은행의 수익 감소와 경영 불안이 심화되고 있고, 이탈리아 은행들의 부실채권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등 금융기관의 체력은 크게 떨어져있다. 금융불안이 발생할 경우, 재정상태가 나쁜 EU 각국의 재정정책이 제한적이고 EU 차원의 통화정책 완화도 쉽지 않아 사태가 장기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영국의 EU 탈퇴(Brexit·브렉시트) 결정으로 3분기 이후 성장률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것은 물론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파운드화 가치 급락은 단기적인 수출증가에는 도움이 되지만 금리인하, 양적완화 등 통화정책 운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주의 확대는 벌써부터 한국 수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9~2016년 중국의 한국 제품에 대한 기술장벽(TBT)과 위생검역(SPS) 등 보호무역 조치는 1675건에 달했다. 2000~2008년의 814건에 비해 2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미국의 한국 제품에 대한 보호무역 조치는 2573건에서 2797건으로 많아졌다.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모두 보호무역 강화를 밝히고 있다. 누가 당선되든 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정도 통상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의 한 설문조사에서 미국인 3명 가운데 2면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수입규제에 찬성한다고 대답했다.
미국과 중국 간 정치·군사적인 갈등이 심화되면 한국이 중간에서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7월 미국은 한국 업체가 중국에서 생산한 세탁기에 최고 111%의 반덤핑 예비관세를 부과했다.
김병유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내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라며 "우리 수출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각국의 정치불안과 이에 따른 보호무역주의는 세계 무역량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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