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한미약품으로 늑장공시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대주주 지분담보대출 계약으로 인해 매도 물량이 쏟아져 주가가 급락해도 투자자가 이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중국 코스닥 상장사 차이나그레이트는 지난 7일부터 5거래일 연속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6일 1880원이었던 종가는 13일 18.56% 급락한 1470원으로 떨어졌다. 13일 거래량은 738만9825주로 전날 거래량(18만9724주)의 38배나 폭증했다.
갑작스러운 주가 급락은 차이나그레이트 대주주인 우여우즈 이사(사실상 지배주주)의 지분 매도 공시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주가가 급락한 날 우여우즈 이사는 장 종료 후 시간 외 매매를 통해 350만4813주를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날 오전 9시 장이 열리기 전 한꺼번에 매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18% 이상 미끄러졌다.
주가 급락을 가져온 우여우즈 이사의 지분 매도 배경은 주식담보대출 때문이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여우즈 이사는 350만주를 담보로 미국업체로부터 대출을 받았는데 계약 조건이 장부가 기준 67% 이상 주가가 빠지면 채권자가 주식을 임의로 팔 수 있다는 내용었다. 이에 따라 대주주 의지와 상관없이 미국 채권자 측이 주식을 대량 처분했고, 이것이 고스란히 주가하락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대주주의 지분담보대출에 관한 규정에 허점이 많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 규정에는 최대주주 변경이 수반될 수 있는 지분담보대출의 경우에 한해서만 공시하도록 돼 있다. 예컨대 최대주주가 50%를 보유하고 있고, 2대주주가 5%를 보유하고 있으면 45%까지는 담보대출 계약을 맺어도 공시 의무가 없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분 담보 대출에 관한 별도보고서는 없으나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 보고서를 통해 지분 담보 대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중국기업의 경우 투자자에 필요한 공시 정보, 기업 정보 등 기업설명회(IR) 담당 업무를 한국 외주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대다수라 기업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 안 된다는 문제점도 있다. 차이나그레이트의 경우에도 매도 공시가 나간 이후 부랴부랴 본사에서 지분담보대출 사실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주 지분 변동 사항은 투자자가 최대주주 변경 가능성, 회사 재정 상황 등을 엿볼 수 있는 정보로 주가에 민감하게 영향을 주는 정보다. 한국거래소가 임원ㆍ주요주주 소유주식보고서 등 지분공시의 경우 공시부가 아닌 시장감시위원회 예방감시부에서 관할하는 까닭도 이런 이유에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거래소 시감위원회, 금융감독원에 이와 관련해 문의한 결과 본인 지분을 매도하는 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지분담보대출 사실을 의무적으로 알릴 필요가 없기 때문에 대주주의 담보대출로 인한 대량 매도가 주가하락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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